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9일 김 제1비서가 핵무기 연구부문 과학자·기술자들에게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소형화된 핵탄두와 KN-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핵 능력 공개 의도=명실상부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제1비서가 핵무기 소형화 완성을 언급한 것은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필두로 속속 국제사회의 제재가 현실화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제재를 가해와도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들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호전성을 더 높이겠다는 위협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역으로 ‘북한=핵보유국’이라는 등식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 제1비서는 이 자리에서 “핵물질을 꽝꽝 생산해 핵무기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정밀화·소형화된 핵무기들과 운반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라”고 주문했다. 또 “핵 선제타격권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면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제1비서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를 배경으로 핵탄두로 보이는 원형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모형 앞에서 설명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7일부터 시작된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으로도 관측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 미국의 전략무기가 대거 투입되는 상황이지만 자신들은 핵무기라는 ‘차원이 다른’ 전략무기로 한·미를 공격할 수 있다고 과시하려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계산도 있다. 경남대학교 김동엽 교수는 “5월로 예정된 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되레 국제적 제재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한반도 정세까지 불안해졌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과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 달성?=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는 근접했지만 김 제1비서가 주장하듯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국방부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듯 핵탄두가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단계에 도달할 만큼 소형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크 웰시 미 공군참모총장도 지난 7일 미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ICBM에 장착할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추정했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 1980년대부터 평양시 용덕동 고폭실험장에서 120여 차례 고폭실험을 해왔다.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 모형은 플루토늄을 원료로 한 내폭형 탄두로 추정된다. 김 제1비서는 현지지도에서 “우리식 혼합장약 구조로 열핵반응이 급속도로 전개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내폭형 탄두는 핵물질주위에 고폭장약을 설치해 일시에 핵물질을 압축해 핵폭발을 유도한다.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핵폭탄 ‘팻맨’이 대표적인 내폭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北,핵탄두 소형화 주장...국방부 “소형화 못했다”
입력 2016-03-09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