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선법’ 심의, 기부후진국 오명 벗을까

입력 2016-03-09 16:21

중국의 ‘자선법(慈善法)’이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기부 후진국’ 중국에 기부 활성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신화통신은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12기 전인대 4차회의에 자선법 초안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자선법 초안은 지난해 12월 전인대 상무위에서 두 차례 심의를 거쳐 마련됐다. 전인대 위원들의 논의를 거친 뒤 법 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선법 초안에는 자선단체 정의, 자선활동 범위, 자선기금 조달방식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기부자에 대한 면세 혜택을 늘리고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도 들어 있다. 인민망은 올해 양회(兩會·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의 관전포인트 8개 가운데 하나로 ‘자선법’을 지목한 바 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기부에 있어서는 최후진국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지난해 공개한 ‘2015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중국은 145개국 중 144위였다. 중국 밑에는 예멘만 있었다. 반면 중국의 부자들은 넘쳐난다. 후룬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등을 포함한 중화권의 억만장자는 568명으로 535명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5년 안에 농촌의 빈곤인구 7000만명을 모두 없애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간의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선 단체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기부자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홍십자회의 경우 2011년 ‘궈메이메이(郭美美) 사건’ 이후 기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뢰를 잃었다. 당시 궈메이메이는 자신을 홍십자회 간부로 소개하며 명품 가방 등을 과시하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물의를 빚었다. 현재 기업 기부의 경우 이윤 총액의 12%까지만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 자선법 초안에는 2년 동안만 12%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도 혜택을 주는 것으로 돼 있지만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