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부산 남을/부산대첩 서막, 새누리당 서용교-더민주 박재호 리턴매치

입력 2016-03-09 16:14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16년만의 부산 전 지역 석권을 노리고 있다. 조경태 의원의 입당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불출마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반면 더민주는 ‘전패’(全敗)의 암울한 전망을 돌려놔야 한다. 부산 남을 지역은 이른바 ‘부산대첩’ 최전선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과 더민주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의 두 번째 맞대결은 각 당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서 의원은 초선 때 다져놓은 정책 청사진을 재선 때 구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수성(守城)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박 전 이사장은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자 마지막 도전’임을 강조하며 역전승을 꿈꾸고 있다.

◇“깔끔하게 재선시켜 화끈하게 부려먹자”=서 의원은 9일 오전 7시30분쯤 부산 남구 용호동 광안대교 남단램프 입구인 분포로에 나와 출근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승용차 창문을 내리고 “이번에도 파이팅”을 외치는 주민들이 한 시간 동안 십여 차례 목격됐다.

회사원 최모(59)씨는 “서 의원은 젊고 똑똑한 사람”이라며 “부산에서는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했다. 용호동 주민인 박모(64)씨는 “매달 한번씩 하는 ‘민원의 날’ 행사는 정말 잘 한 일”이라며 “다른 의원들은 몰라도 서 의원은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세심히 챙기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서 의원은 “재선이 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지난 4년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 4년을 더욱 착실하게 가꿔나가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집권 여당의 젊은 일꾼’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가 대표 발의한 ‘해양산업클러스터법’(해양경제특별구역법)을 통과시켜 용호동을 명품도시로 만들고, 우암·감만·용당동을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우암동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2)씨는 “주거환경이 너무 안 좋지만 서 의원이 그래도 공원도 만들고 노력을 했다”고 평가했다. 서 의원은 “사람 하나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렵냐. 지역 발전을 위한 미래를 보고 선택해 달라”며 “집권여당 재선으로서의 강점을 십분 발휘 하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19대 총선에서 긴급 수혈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김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지만 친박계와도 두루 친분이 있다. 그는 “재선이 되면 당의 개혁적인 일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사람보고 찍어주이소”=“안 와도 이제 얼굴 아는데…” 박 전 이사장이 감만동 종합사회복지관에 등장하자 할머니 여러 명이 안면이 있는 듯 반갑게 맞아줬다. 박 전 이사장은 “온 다고 약속 켔는데 지키야지에”라며 일일이 악수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지역 복지관을 매일 돌며 배식 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박 전 이사장이 반찬을 건넨 뒤 악수를 청하자 할머니 한 분이 박 전 이사장이 두른 파란색 앞치마를 본 뒤 “아이고, 아이고… 제가 왜 이라는지 아시지요?”라고 물었다. ‘기호 2번 더민주’가 안타깝다는 뜻이다. 박 전 이사장은 “한 번만 믿어보라. 써보고 맘에 안 들면 바꿔야지 무조건 1번만 찍으면 경쟁이 안돼서 발전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복지관에서 매일 점심을 드신다는 김모(81) 할아버지는 “박 전 이사장이 열심히 한 건 다 안다. 이번에는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에서 박 전 이사장의 지지율은 당의 지지율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17대 총선 때부터 연거푸 네 차례 도전해 인지도도 상당하다. 그는 “요즘 들어 ‘사람만 보고 투표했으면 벌써 당선됐을 것’이라고 위로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60대 이상 주민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했다.

박 전 이사장은 ‘밥 값하는 국회의원’을 이번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그는 주민들에게 인사할 때마다 “당선 되면 한 달에 일주일은 무조건 지역에서 살겠다. 주민을 떠받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장은 17대 총선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처음 맞붙은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출마다. 19대 총선 때는 서 의원과 대결에서 불과 5337표로 졌다.

부산=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