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새누리당이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욕설 녹취록' 파문이다. 일각에선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180석을 넘어 개헌선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빚은 참극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와 비박계는 9일 사생결단식 장외공방을 벌이는 추태를 이어갔다.
지난 8일 공개된 윤 의원이 친박계 중진 B의원과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라며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려 한 거여"라고 김 대표를 컷오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보도를 접하고 내 귀를 의심할 지경"이라며 "먼저 당대표에 대한 증오서린 욕설과 폭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발언을 한 의원이 당내에서 공천을 받고 이번 총선에 나간다면 국민들은 우리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정말 너무나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비박계인 홍문표 사무부총장도 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저렇게 참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저는 정계를 스스로 은퇴를 하든지 자기 거취를 결정해야 할 그런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사인간에 얘기한 것을 누가 몰래 녹음을 해서 이를 언론에 전달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 아니냐"며 "정말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고 반박했다. 친박계 또다른 의원도 "밖에서 대외적으로 욕한 것도 아니고 어디 다른데다가 전화한 것을 음험하게 녹음한 게 더 문제가 아니냐"고 했다.
당사지인 윤 의원은 김 대표와의 면담이 불발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욕설 파문 녹취록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도, 불법 녹취 문제를 거론하며 "의도적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일단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이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서 언론에 전달하는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반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새누리당 ‘오만’이 부른 예견된 참극..윤상현 욕설 막장드라마
입력 2016-03-09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