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고급 호텔이 영국 왕실의 예약을 거절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미 예약한 다른 손님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시간)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부부가 올해 여름 묵기 위해 예약하려던 프랑스 호텔이 “왕실의 예약을 받기 위해 이미 예약한 손님들을 취소시키는 건 비윤리적(unethical)”이라며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동북부 솜강 유역에서 벌어진 독일군과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전투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영국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오는 6월 말 프랑스를 방문할 계획이다. 왕세손 부부가 이 때 묵으려 했던 호텔은 프랑스 파리 북쪽 피카르디주의 도시 아미앵에 있는 ‘르 호텔 마로트’다. 왕세손 부부와 수행원들은 6월30일부터 2박을 묵을 수 있는 네 개의 스위트룸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호텔을 운영 중인 매니저 올리버 왈티는 “지난 1월 프랑스 외무부의 연락을 받았지만 요구를 받아들일 순 없었다”면서 “왕실 손님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다. 다만 이미 몇 달 전에 객실 예약이 모두 찼는데 ‘영국 왕실에서 손님이 온다’면서 다른 예약을 취소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호텔은 당시 솜강 전투가 벌어진 곳 근처에 있는 유일한 5성급 부티크 호텔로, 객실 가격은 1박에 350파운드(약 60만원) 가량이다. 호텔은 전통양식과 현대양식으로 구분되는 두 개의 건물에 각각 12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24시간 룸서비스와 짐 보관 서비스, 따뜻한 가운 등을 제공한다.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 등이 종종 투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세손, 호텔서 "방 없다"
입력 2016-03-09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