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에디’의 뭉클한 도약… 그는 혼자가 아니었기에

입력 2016-03-09 00:05 수정 2016-03-09 00:06
영화 '독수리 에디' 스틸컷
[리뷰] 꿈을 가진 이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도전하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열매는 달겠지만 그 과정은 쓰디쓸 테다. 누구도 대신 답을 내려줄 수 없다. 오로지 본인 의지에 달린 일이다.

‘꿈? 무조건 고(Go)!’를 외친 청년이 있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에디 에드워즈를 기억하시는지. 그의 이야기를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영화화했다. 이름하야 ‘독수리 에디’. 에디는 실제 이 별칭으로 불렸다.

에디(태론 에거튼)는 원래 스키선수였다. 그에게는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확고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넌 올림픽 감이 아냐.” “너 따위 알아주는 세상이 아냐.” 잔인한 말들과 현실의 벽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에디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키점프로 종목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일단 스키점프 시설이 갖춰진 독일로 향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냉소에도 그는 꿋꿋했다. 그저 자신의 목표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누가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스키점프 무식자 에디는 맨몸으로 부딪혔다. 자세? 착지법? 아무것도 몰랐다. 무작정 점프대에 올라 뛰고 엎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 코치를 만났다. 왕년에 한가락 하던 비운의 천재. 그 역시 처음엔 에디를 탐탁치 않아했다. 하지만 진심은 통했다. 에디의 순수한 열정에 마음을 돌린 그는 기꺼이 힘을 보태기로 한다.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올림픽을 향한 에디의 눈물겨운 도전기’ 정도가 되겠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얘기다. 구조나 구성이 단순하다. 연출도 평이하다. 두 배우에게 기대는 바가 클 수밖에 없었다.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스타덤에 오른 신예 태론 에거튼이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외형적으로는 통통한 몸집과 금테 안경으로 너드(Nerd·외골수) 느낌을 완성했다. 연기적으로도 안정적이었다. 후반부 “난 반쪽짜리 선수가 되지 않겠다”며 눈물짓는 장면은 특히 뭉클하다.

분명 태론 에거튼 위주의 영화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휴 잭맨의 역할이 더 빛났다. 결코 도드라지지 않게 제 몫을 해줬다. 한 발짝 뒤에 든든히 서있는 느낌이다. 영화 속 브론슨 코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꿈에 관한 이야기는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용이하다. 메시지 전달이 얼마나 세련되느냐가 관건이다. ‘독수리 에디’에 부족했던 건 이 지점이다.

“성공보단 시도가 중요하다.” “꼴찌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된 거다.” 배우 입으로 직접 전달되는 주제의식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에디와 브로슨 코치의 뜨거운 포옹,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다음달 7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