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김종인, 계파패권 청산해야 토론 가능"

입력 2016-03-08 16:49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이 8일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패권주의 청산 진정성이 확보된다면 야권 통합·연대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연대 거부를 천명한 안철수 공동대표와 이틀째 각을 세운 것이다. 야권통합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지만 당내에선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선대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민주의 계파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진정성이 담보되고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통합 제안은 본질적으로 제가 말한 문제인식(새누리당 압승 저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믿고 싶다”면서도 “김 대표가 통합을 제안하며 계파 패권정치를 부활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천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다수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김 선대위원장 자신이 당내에서 통합·연대 논의가 재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통합이니 연대니 하는 방식에 대해선 어떤 말도 드리지 않았다”며 “(방법에 대해) 다 열어놓고 싶다”고 했다. 개인의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 주장을 한다는 의혹에는 “제 지역구 문제를 연결해 말하는 건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당내에서 토론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탈당이나 불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선대위원장이 연일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의당의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4·13총선에서 야권의 표를 갈라 새누리당에 압승을 안겨 줄 것이란 비관론이 그 배경이다. 그는 “우리 생각대로 잘 된 건 아니다. 당면한 현실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의당이 ‘야권통합 불가’를 당론을 정했음에도 그가 수시로 이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선대위원장은 4선 의원이자 최고의 전략가인데 (국민의당에)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고 왔을 리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민주와의 ‘다시 합치기’ 또는 ‘선거 연대’를 주장하는 게 타당치 않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김 선대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의원총회, 그리고 최고위원회를 거쳐서 결정이 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당에서도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병호, 김영환 의원은 서울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 논의가 충정에서 나온 주장으로 이해하나 분란이 커지니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도 라디오에 나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은가 한다”고 했다.

한편 안 대표는 서울 노원구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내 카페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상계동 주민 여러분께 보답하기 위해 더 힘차게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