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해병대가 난데없이 6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거북이 수송작전’에 나섰다. 새로 조성하는 전투훈련장 후보지에 서식하는 야생 거북을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작전이다. 그러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미 해병대가 이달 안에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살고 있는 사막거북 1185마리를 수송기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라고 6일(현지시간) 전했다. 수송작전에는 5000만 달러(약 603억원)가 투입된다. 한 마리당 이송비용이 5080만원씩인 셈이다.
거북이를 옮기기로 한 것은 해병대가 조성키로 한 공(空)·지(地) 전투본부(MCAGCC) 확장 후보지 450㎢가 사막거북의 서식지와 겹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버나디노 카운티에 위치한 MCAGCC는 모하비 사막지대로 훈련장을 확장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서식지를 옮기는 이번 조치가 희귀종인 사막거북의 씨를 말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막거북은 1990년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에 의해 보호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LAT에 따르면 이 지역 사막거북은 지난 10년 사이 성체 개체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08년에도 미군은 인근 샌버나디노 바스토우에 위치한 국가훈련센터 부지에서 사막거북 670마리를 모하비 사막 서부로 옮겼다가 ‘떼죽음’을 초래한 바 있다. 당시 860억 달러(약 104억원)를 들여 서식지 이전을 완료했지만 옮겨진 거북 중 90%가 생태계 적응에 실패했고, 야생 코요테 등의 먹이로 사라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미 해병 600억 짜리 ‘사막거북 이송작전’
입력 2016-03-08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