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는 인물이 20대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인재 전진 배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현역 물갈이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비례대표 공천도 상향식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 위원장의 명분론은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힘을 얻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2차 공천발표에서 상당수의 단수·우선추천지역 선정과 현역 컷오프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공관위 공천 기준은 이 위원장의 말에서 힌트가 나온다. 그는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을 겨냥한 ‘킬러공천’을 언급하며 “국정 발목이나 잡고, 민생 문제를 외면하고, 하는 것 없이 옛날 아스팔트에서 데모하던 기분으로만 국회의원 생활한 사람은 20대 국회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될 사람”이라고 말했다. ‘킬러공천’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도 “(새로) 사람을 모집해야 하니 선전을 한 것으로, 역사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후보자로 신청하면 특별히 대우해 드리겠다”며 “그게 우선추천이고 단수추천”이라고 설명했다.
킬러공천 대상은 자연히 야권 현역이 포진한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된다. 이 위원장은 전날 더민주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 지역 예비후보들에게 “우리 당이 이 위원장 때문에 고생했다. 거기는 킬러 투입을 안 해도 될 것 같으냐”고 꼬집기도 했다. 상대 후보를 잡을 경쟁력이 없다면 공천위에서 전략적으로 후보를 재배치하거나 새 인물을 수혈해 꽂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선거구가 늘어났다”며 “당에 보배 같은 분들이 많은데 우리끼리 이전투구 하는 걸 막고 다시 상생할 수 있으면 (지역구 교체를) 권유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여당 텃밭인 영남권 공천 기준은 ‘월급쟁이·양반집 도련님’ 컷오프로 대표된다. 김태환 의원 경선 배제로 물꼬가 트인 ‘중진교체’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위원장은 현역 물갈이 확대 논란에 대해 “총체적인 국가 위기에 대처하거나 예방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진출시키는 것이 공관위가 할 일”이라며 “그런 기준으로 보면 지금 현역 중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화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고, 과학기술 경쟁 시대에 걸맞고, 문화 창달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며 “그렇지 않은 분 중에선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진 탈락설에 대해서도 “(중진들은) 그런 분들대로 존경받을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가 있기 때문에 선택해야 할 때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김무성 대표 측이 구상한 공개 오디션 방식의 상향식 공천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오디션 방식은) 참 좋은 얘기이고 가능하면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당헌에도 없다”고 했다. 이어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방식이 투명하고 폭넓고 공정해야 한다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다 밟아서 하기엔 시간이 없다”며 “솔직히 서류심사만 하기도 벅차서 우리가 원하던 방식으로는 못 한다”고 설명했다. 당의 개혁성을 상징하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전문인재 차출 방식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초점은 무엇인가
입력 2016-03-08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