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91호인 ‘말 탄 사람 토기’는 1924년 금령총(경북 경주시 노동동)에서 발굴된 이후 누군가에 의해 임시 복원된 상태로 수십 년간 유지돼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서 1977∼78년 보존처리를 했다. 처음 출토됐던 상태로 완전히 해체하고, 에폭시계 수지와 충전제를 혼합해 토기 조각들을 다시 접합했다. 이어 결손된 채로 남아있던 부분들은 기존 사진자료 등을 참고해 복원했다.
말 탄 사람 토기를 비롯해 관음보살(국보 제127호), 토우장식항아리(국보 제195호), 금동관(국보 제295호) 등은 보존과학의 힘으로 지켜온 우리 문화재들이다.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과학인 보존과학의 역사는 1976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설치된 보존기술실에서 시작돼 40년에 이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까지 2만8000여점의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보존과학을 전시로 꾸몄다. 8일 상설전시실에서 개막하는 ‘보존과학, 우리문화재를 지키다’ 특별전이 그것이다.
전시에서는 그간 박물관이 보존처리한 대표적인 사례들이 해당 문화재와 함께 공개된다. 660여개 파편을 이어붙인 커다란 달항아리, 겹겹이 쌓인 청동 녹을 깨끗이 지워낸 금관, 문양까지 복원해낸 의류 등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보존과학에는 X선이나 3D 프린터 같은 첨단과학이 동원된다. 1793년 그려진 ‘최치원 진영’의 경우 적외선 촬영으로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화가, 보관처 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X선 투과조사를 통해 좌·우측 아래에 동자승이 그려져 있었으나 문방구류 등으로 덧칠된 사실을 알아냈다. 신선의 모습을 한 최치원을 그렸다가 나중에 유학자의 모습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전시장 안에는 보존처리실을 재현해 놓아 그동안 일반인들은 볼 수 없었던 문화재 치료 현장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금속, 흙, 나무, 돌, 직물 등 문화재의 다양한 재료들과 그 재료들을 다루는 누금기술, 청화기법, 나전기법 등 특별한 기술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문화재 살리는 보존과학 40년 역사 한 눈에
입력 2016-03-07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