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맞나?” 공식석상에서 다른 말 주고받는 국민의당 지도부

입력 2016-03-07 16:51

‘김종인 발(發)’ 야권통합 제의의 후폭퐁이 국민의당 안에서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전날 독자노선 강행을 선언하자,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통합 불가 당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새누리당 개헌 의석수 저지론’을 꺾지 않고 있다. 통합·연대 여부를 두고 ‘안·천·김 트로이카’의 생각이 달라, 이견 조율 여부가 국민의당 4·13총선 전략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안철수 김한길 정면 충돌=김 선대위원장은 7일 선대위 회의에서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당이 개헌 선을 넘어설 때 이 나라와 국민이 감당해야할 끔찍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천 면접 당시 심사위원에게 답변한 내용을 언급하며 “우리당만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여당이 180석 이상 확보한다면 캐스팅보트니 뭐니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국회는 식물국회가 될 텐데 그때 교섭단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렇게 답변을 했다”고 했다.

김 선대위원장은 또 “안 대표가 말씀하신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며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우리당은 그야말로 광야에서 모두 죽어도 좋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개 석상에서 ‘통합 불가’ 당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안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김 선대위원장의 발언 직후 “퇴행적인 새누리당이 개헌 저지선을 무너뜨리는 그런 결과를 국민들께서 주시지 않을 거라 믿는다”면서도 “저희들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 양당구조를 깨는 일이다. 무조건 통합으로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통합·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추가 논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천 공동대표는 수도권 지역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통합 불가) 결론에 대해 저도 조금도 유감이 있거나 불만이 없다”면서도 “(연대 문제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당론 거부 왜?=당내에서는 ‘야권 통합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김 선대위원장은 ‘새누리당 개헌선 확보 저지’를 명분으로 야권통합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원총회를 통해 일단락 된 통합 문제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서울이 지역구인 김 선대위원장이 개인의 당선을 위해 자꾸 통합 얘기를 꺼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선대위원장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해 사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통합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선대위원장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전 의원이 출마해 3자 구도가 되면서 야권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 김 선대위원장은 최근 선거 실무를 맡은 보좌관을 교체하는 등 선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오후 안 대표와 김 선대위원장은 당사에서 4분가량 짤막히 회동해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김 선대위원장은 회동 직후 “지금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더민주에서 하위 20% 컷오프로 탈락한 무소속 전정희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에는 현역 의원 19명이 소속돼 교섭단체(20석) 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