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에 들어간 비용을 내놓으라며 이준석(71) 세월호 선장과 청해진 해운 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첫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가 된 이 선장과 청해진해운, 고박 업체 등은 “정부도 세월호 참사의 공동 책임자”라며 반발했다. ‘살인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이 선장은 형사재판에 이어 민사 법정에도 서는 신세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정인숙) 심리로 7일 열린 정부의 구상금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정부 측 대리인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유족에게 지급한 배상·보상금 및 사고수습 비용 등 1800억원을 사고 책임자인 세월호 선원·선사 및 고박업체 등에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 선장 등의 형사재판 1·2·3심 판결문과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 지출 내역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발생할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며 지목한 피고는 선원 개인과 법인 등 총 26명이다. 이날 법정엔 이 선장 등 형이 확정된 수감자 7명이 출석했다. 파란색 수의(囚衣) 차림의 이 선장은 “아직 답변서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정부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양손이 묶인 채로 재판부의 질문에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답변했다.
피고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자신들에게만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세월호 고박 업무를 담당했던 업체 측 법률대리인은 “대한민국도 불법행위자 1인에 해당한다”며 “운항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공무원, 구조 업무를 부실히 한 해경 등의 과실도 포함돼 있으므로 각 피고별로 책임액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들 주장은 이 사고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 등 쟁점이 될만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세월호 특조위 등 참사 원인 규명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세월호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므로 다음 변론기일은 관련 사건의 결과를 보고 다시 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세월호 유족들이 방청석에서 고성(高聲)을 지를 걸 우려해 ‘요주의 재판’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을 참관한 유족은 없었다.
한편 정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 등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소송에 앞서 대균씨 등이 구상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재산 보전 조치를 취했다. 이 소송의 첫 재판은 11일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 구상금 청구소송 시작
입력 2016-03-07 16:53 수정 2016-03-07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