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갇혀 굶어죽다…직무태만이 빚은 비극

입력 2016-03-07 16:42
사진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한 고층빌딩 엘리베이터 버튼의 모습. 사진=pixabay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30대 후반 여성이 굶어죽은 채 발견돼 중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영국의 텔레그래프 등은 6일(현지시간) 중국의 현지 언론 등을 인용해 지난 4일 중국 시안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사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체를 발견한 이는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의 직원이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우리의 구정) 연휴 후 점검을 나온 이 직원은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가 1월 말쯤부터 갇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사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엘리베이터는 춘절 연휴 전인 1월 30일 고장이 났다. 고장 당시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들이 정비를 위해 현장에 왔었지만 연휴 직전이어서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휴가를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중국 현지 언론에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 직원으로부터 10층과 11층 사이에 멈춰서 있던 엘리베이터 안에 ‘아무도 없다’는 확인을 받은 다음 연휴 후 수리를 하기 위해 전원을 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 직원은 문을 열어서 확인하지 않고 문 밖에서 “누구 있습니까”라고 구두 확인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엘리베이터는 고장 난 채로 이달 초까지 방치돼 있었고 안에 갇혀 있던 피해 여성은 아사했다. 피해 여성은 손가락이 짓이겨진 채 발견됐는데 엘리베이터 출입구 주변에 손톱과 주먹 자국 등이 남아 있었다. 피해 여성이 문을 열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를 쓴 흔적으로 보인다.

이 끔찍한 사건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명백한 태만과 무능이 만든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경찰당국은 이번 사건이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의 ‘심각한 직무태만’으로 인한 과실치사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여 동안이나 발견되지 않은 데 대해 중국에선 춘절 연휴 동안 한 달 이상 휴가를 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공식 휴가는 일주일 정도지만 사기업 등에서는 공식 휴가 이후 한 달 가까이 휴가를 이어가는 경우가 잦다.

그럼에도 피해자 가족이나 이웃이 오랜 기간 동안 그녀를 전혀 찾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자는 아파트 14층에 거추하는 38세의 여성으로 밝혀졌는데 이혼 후 혼자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희생자 여성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그녀의 가족들 역시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도 길을 잃었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보도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