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떻게 83%의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국민들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하고 정책 성과와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힘’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 조사왔습니다!” 모스크바의 공공여론조사센터 요원인 류보프 코스티랴(47·여)가 6일(현지시간)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문 너머로 “전에도 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날 류보프는 144가구를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준 곳은 5곳뿐이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모두 “푸틴을 신뢰한다”고 답했고, 푸틴이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한 62세 여성은 치솟는 물가를 이야기하며 “약값이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지만 그래도 푸틴을 믿는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오슬론 러시아 여론기금회 대표는 “사람들은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세상을 구성하는 영원한 일부라고 생각하지, 인기를 얻었다가 몰락할 수도 있는 정치적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사요원들은 각자 지역을 나눠 매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식과 경제상황 등에 대한 여론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한다. 크렘린궁은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내려가는 낌새가 나타나면 대규모 군사훈련을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푸틴의 러시아’가 가진 힘을 홍보하고, 사람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이런 홍보가 지지율을 유지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급격한 지지율 하락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 러시아 총리이자 현재 반정부 지도자 중 한 명인 미카일 카시야노프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TV만 꺼버린다면 이 인기는 두 달만에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시아에서 푸틴의 지지도는 어떻게 80%까지 나올 수 있을까
입력 2016-03-07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