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보급대장’ 육군 소령 참쉬운 10억 만들기

입력 2016-03-07 16:18 수정 2016-03-07 20:56

육군 소령이 국가정보원 간부까지 사칭하며 1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역 후 범행이 들통 났을 땐 가로챈 돈을 주식으로 모두 날린 상태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3년 4월~2014년 10월 군부대 납품 및 공사 계약을 약속하고 4명에게서 10억2100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예비역 육군 소령 김모(46)씨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식자재 납품업자 A씨(54)는 2013년 4월 “군납용 닭고기 납품을 대행하는 축협에 투자하면 매년 60~65%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김씨의 말에 속아 2억원을 건넸다. 모 군수지원사령부 지원통제과장이던 김씨는 A씨를 속이려고 축협 조합장 도장을 몰래 새겨 투자지급보증서까지 위조했다.

정보사령부 보급대장으로 옮긴 이듬해 2월에는 국정원 서울팀장을 사칭해 “부대 전기공사 하청을 받게 해주겠다”며 시공업체 사장 B씨(46)를 속였다. 계약보증금과 접대비 명목으로 1억9600만원을 챙겼다. 같은 해 10월에는 과일맛 음료 가공·판매업체 전무 C씨(43)에게 “수의계약으로 납품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3억1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1000만원은 C씨가 김씨에게 사업이 빨리 진행되도록 해달라며 접대한 비용이다. 김씨는 집을 사는 데 필요하다며 친목계 회원에게 3억15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그는 금융권 대출금을 주식으로 탕진하자 이를 만회하려고 범행을 벌였다고 한다. 사기 대상은 지인이 소개한 사람들이었다. 김씨는 사기로 챙긴 돈에 퇴직금과 대출금 등 3억원을 합한 13억여원을 주식에 투자해 모두 잃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군은 김씨가 지난해 계급정년(소령 기준 만 45세)을 맞아 전역할 때까지 범행 사실을 몰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