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영복 선생의 유작 <처음처럼>을 읽었습니다”라며 “일주일 넘게 책을 잡고 있습니다. 되도록 느리게 느리게 읽고, 봐야하는 책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문 전 대표는 “제목과 같은 '처음처럼'으로 책이 시작됩니다”라며 “'처음처럼'의 서예글씨와 뜻이 풀이되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문 전 대표는 “선생은 제가 대선에서 패배해 좌절해 있을 때 '처음처럼' 글씨와 책과 같은 풀이가 그대로 담긴 서예작품을 제게 주셨습니다”라며 “선생이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이었는데, 표구 그대로 보내주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벽에 걸린 '처음처럼'을 볼 때마다 선생이 그 글씨를 주신 뜻을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선생은 남에게 글씨를 써줄 때 받는 상대를 생각하면서 문구를 골랐습니다”라며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전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선생이 노 대통령에게 써준 글씨입니다”라며 “‘어리석은 노인의 우직함이 산을 옮깁니다’ 라는 풀이가 달려있었습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거창한 약속이나 구호보다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달성해 가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에 임하겠다’ 고 각오를 밝힌 바 있었습니다”라며 “그 말을 퇴임 때 글씨로 되돌려준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제가 보기에, 실패라는 참담한 평가를 받으며 쓸쓸히 퇴임하는 노 대통령에게 최고의 위로였습니다”라며 “노 대통령도 그 글씨를 매우 좋아해서 퇴임 후 '민주주의 2.0'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릴 때 아이디를 '노공이산'으로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선생은 그 전에 노 대통령에게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글씨를 써준 적도 있습니다”라며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풀이가 달려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처럼 엄정하라는 뜻입니다”라며 “아마도 선생의 당부의 마음이 담겼을 것입니다. '우공이산'과 '춘풍추상'도 <처음처럼>책에 수록돼 있습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저로서는 책을 읽으면서 선생을 뵙는 듯 했습니다”라며 “어떤 글에선 선생의 웃음이 떠오르고, 어떤 글에선 선생의 진지한 표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벽에 걸린 '처음처럼' 글씨를 볼 때도 선생이 제게 ‘어이, 처음처럼....잊지마!’ 라고 말을 건네오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 “어이, 처음처럼 잊지마!...우공이산(愚公移山)”
입력 2016-03-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