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등록금 내리라니 장학금 깎겠네’ 로스쿨의 꼼수

입력 2016-03-06 18:00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이 등록금 인하와 함께 장학금 삭감을 추진하고 나섰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등록금을 낮춰 감소하는 수입을 장학금 축소로 만회하겠다는 의도다.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지만 로스쿨 측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로스쿨 학비는 연간 2000만원대다. 비싼 학비 때문에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을 받고 사법시험 존치 문제로 논란이 번지자 지난해 등록금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스쿨협의회는 6일 “장학금과 등록금 인하에 따른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이를 바탕으로 등록금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인하에 필요한 돈을 장학금 줄이기로 충당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로스쿨은 등록금으로 받은 돈의 30% 정도를 장학금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애초 로스쿨은 장학금을 현재의 절반(등록금의 15%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교육부가 최근 “불가” 방침을 통보하자 다시 20% 수준으로 줄이는 수정안을 제출하며 재차 교육부를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장학금을 아주 소폭 줄이는 건 검토해볼 수 있지만 ‘등록금의 30%는 장학금’이란 틀을 허무는 건 용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장학금을 줄이는 로스쿨에 행정·재정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로스쿨 평가 때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은 ‘돈스쿨’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년 학비가 2189만원, 입학금만 200만원인 곳도 있다. 비싼 학비는 서민에게 ‘진입 장벽’이 된다. ‘사시 존치’ 주장이 힘을 받은 데에는 이런 장벽이 한몫을 했다.

로스쿨은 지난해부터 사시 존치 목소리가 커지자 등록금 인하를 공언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에서 올해 2학기부터 등록금을 15% 내리기로 했다.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장학금을 낮추는 건) 모든 로스쿨이 아니라 장학금이 많은 곳에서 주장하는 방안”이라며 “학교가 장학금을 줄여 이득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정상적 교육활동을 위해 일부 학교에서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쿨은 고비용 구조 때문에 ‘적자’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예컨대 로스쿨의 교원확보율은 158%에 이른다. 로스쿨 제도가 처음 도입되고 대학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교원을 지나치게 많이 뽑은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로스쿨이) 학생 부담 완화에 적극 나선다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로스쿨이 혜택을 누리는 만큼 비용을 감수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시가 폐지되면 로스쿨은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통로다. 로스쿨이 설치된 25개 대학은 막대한 특혜를 누리게 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로스쿨이 많은 비판과 의혹을 받고 있는데 등록금을 낮춘다면서 장학금 삭감을 거론하는 건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행위”라며 “개혁에 미온적이라면 사시 존치 주장이 더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