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북한 선박 진텅호 첫 몰수...국적 세탁 선박

입력 2016-03-06 15:36

필리핀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북한 선박 ‘진텅호’를 전격 몰수했다. 진텅호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선적 등록을 한 ‘국적세탁’ 선박이었다. 유엔 제재대상에 오른 선박 31척 가운데 10척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국적이 바뀐 채 운항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은 지난 5일 필리핀 당국이 진텅호를 몰수하고 선원들을 추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당국은 지난 3~4일 전자 무기탐지기 등을 사용해 해당 선박을 수색했지만 의심스런 물질은 찾지 못했다. 필리핀 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유엔이 안보리를 통해 제재조치를 취했다”며 “유엔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이 제재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진텅호는 유엔 결의 2270호에 의해 압류된 첫 번째 선박이다. 정부 당국자는 6일 “이번 안보리 결의가 강력하게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중국도 북한 ‘국적세탁’ 선박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교통부가 해상안전 기관들에 이들 선박의 중국 체류 여부를 확인하고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화물·여객선 운항 상황을 보여주는 민간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진텅호 선적은 시에라리온으로 돼 있다. 하지만 유엔 결의 부속서에 진텅호를 비롯해 북한 31척 선박의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가 명시되면서 국적과 상관없이 필리핀 당국의 몰수가 가능했다.

마린트래픽 확인 결과 31척 중 진텅호를 포함한 10척이 다른 나라 국적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벌크선 여명호가 탄자니아, 화물선 황금성 3호는 캄보디아 국적으로 확인되는 등 주로 북한과 교류가 밀접한 국가들이 동원됐다.

지난 한 달간 입·출항 기록이 있는 선박은 19척이었으며 중국에 가장 많은 21회 정박했다. 나머지 12척 중 5척은 운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7척은 1년 이상 항해 기록이 드러나지 않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