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현재 의령경찰서 자유게시판 상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이는 의령 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자유게시판에는 항의와 비난을 담은 제목이 줄을 이었다. 항의 대상은 재직 중인 황모 경장으로 파면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이 방영되면서 불거졌다. 방송에선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인주 여고생 사건’으로 이름을 각색해 방영했다.
시청자들은 밀양 여중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은 2004년 1월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에 있는 여중생 자매를 밀양으로 불러내 1년간 집단 성폭행을 해왔다.
그해 7월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졌다. 범행은 고등학생이 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했다. 지역구 현직 국회의원 조카가 가해자로 가담해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니가 꼬신 것 아니냐”는 망언을 했고 피해자의 신분을 노출시켜 비난을 받았다.
사건에 연루된 밀양 고등학생 44명 중 기소된 가해자는 10명이며 소년원 송치는 20명, 합의로 인한 공소권 상실은 14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전과 기록 없이 대학에 진학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시 고3이었던 황 경장은 그해 9월 같은 학교 친구였던 가해학생 미니홈피에 들어가 “잘 해결됐냐? 듣기론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했다더니, X도 못생겼다더구먼. 고생했다 아무튼”이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2010년 황 경장은 경찰 시험에 합격해 임용됐으며 경찰공무원 입시 학원 홈페이지에 합격 후기를 올렸다. 2012년 한 네티즌이 황 경장의 합격 후기와 방명록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황 경장은 2주간 대기 발령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드라마 ‘시그널’에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다뤄지면서 황 경장의 과거가 재조명됐다. 2014년 개봉한 영화 ‘한공주’로 황 경장이 의령경찰서에 재직 중이며 승진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시그널 방영 후 이런 사실이 인터넷에서 회자됐다.
의령경찰서 자유게시판에는 한 네티즌이 “안녕하세요 성폭행범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롱했다. 글에는 “우리나라 속담 중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성폭행범은 나면 의령으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던데 맞나? 의령에선 못생긴 여자는 성폭행해도 된다고 들어 확인 차 질문 한다”며 성폭행범인 자신이 의령으로 가볼까 생각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황 경장을 승진시킨 경찰서장은 사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가해자를 감싼 황 경장을 해임시키지 않은 의령경찰도 문제다”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등의 글도 이어졌다. 반면 마녀사냥 식의 공격은 좋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