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은 뿌리를 뽑아야…” 새내기 OT 논란에 대학 ‘몸살’

입력 2016-03-05 01:09 수정 2016-03-05 01:08
몇몇 대학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불거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마다 제보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운영되면서 고발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성추행, 폭력, 불건전한 술자리 문화까지 다양하다. 네티즌들은 대학 행사에서 이뤄지는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일보DB
4일 알려진 금오공대 OT 논란은 선배가 후배에게 침을 뱉은 술을 마시라고 강요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후배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선배의 폭행 사실도 알려졌다. SNS에 이 같은 내용이 퍼지자 학교 측은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건국대 OT에서는 이성 간 스킨십을 유도하는 ‘19금 게임’으로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3일 건국대 중앙운영회는 입장발표문을 내놓았지만 알아보기 힘든 손글씨로 오해가 생기면서 진정성 시비에 휩싸였다. 건국대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회 주관의 교외 행사를 통제하고 교내에서 OT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세대도 지난달 29일 SNS에 OT 성추행 제보글이 올라와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술자리에서 신입생들에게 스킨십을 벌칙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경희대는 OT 행사 전인 지난달 14일 SNS에 체육대학의 악습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참가비가 38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다는 글과 OT 기간 이뤄지는 군기 문화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학생회 측은 행사에 쓰인 예산 집행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합만 받는다고 지적됐던 문제를 개선해 올해 OT에서는 학부모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거론된 대학 말고도 여러 대학에서 신입생 OT에서의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새 학기가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이지만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대학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15년이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라며 “이 시대에 어울리는 OT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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