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떠돌던 재력가와 여성 연예인의 원정 성매매가 사실로 드러났다. 성매매 알선 혐의로 복역했던 연예기획사 대표가 이번에도 중개 역할을 맡았다. 적발된 연예인 중에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이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연예인과 배우 지망생 등 여성들을 국내외 재력가에게 소개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처벌법 위반)로 연예기획사 대표 강모(41)씨와 직원 박모(34)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유명 연예인 A씨(29·여) 등 성매매 여성 4명과 재미 기업가 B씨(45) 등 성매수 남성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강씨는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은 여배우 성현아씨에게 재력가 채모씨를 소개해준 소위 ‘브로커’였다. 2014년 8월 강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지난해 2월까지 복역했다. 그러나 출소 후에도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강씨는 연예계 인맥을 활용해 A씨에게 접근했다. 돈 문제로 걱정하던 A씨에게 500만원을 빌려준 뒤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며 성매매를 제안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4월 미국으로 출국해 B씨와 성관계를 가졌다. 강씨는 B씨에게서 소개 대가로 받은 3500만원 중 일부를 A씨에게 주고 나머지는 알선비조로 챙겼다.
이후 강씨는 단역배우 출신 등 다른 여성 3명도 B씨에게 소개했다. 지난해 5월 여성 2명과의 성관계를 대가로 2700만원을 강씨 등에게 넘긴 B씨가 3차례 성매매에 쓴 돈은 무려 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한 액수다.
강씨 등은 지난해 7월 서울에 거주하는 주식투자가 C씨(43)에게 A씨를 소개해 C씨의 집에서 성관계를 갖도록 주선하고 1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와 연루된 연예인과 브로커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연예인 성매매와 스폰서 문제는 그동안 실체가 가려진 채 수면 아래에 존재해 왔다. 2009년 ‘장자연 리스트’ 파문 이후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고 고백하는 여성 연예인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걸그룹 멤버가 SNS를 통해 스폰서 제안을 받았다며 경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된 데이트폭력 사건은 여배우와 대부업자의 스폰서 관계에서 빚어진 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재력가와 연예인 간에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은밀히 벌어지는 일이라 감춰진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더 활발한 제보와 끈질긴 수사로 세간의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검은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하룻밤 3500만원…유명 연예인 원정 성매매
입력 2016-03-04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