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여론조사 유출 파문 확산일로

입력 2016-03-04 16:37

여당의 여론조사 문건 유출 의혹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특정 계파가 고의적으로 유포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유포된 여론조사 결과가 양대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서로에게 유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전날 한바탕 소동을 치른 데 이어 ‘컷오프 예상 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단까지 나돌면서 당내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4일 급속도로 유포된 ‘사회적 비리 혐의자 경선후보 및 공천배제 후보자 명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현역의원을 솎아내기 위한 공천관리위원회의 참고 자료로 해석됐다. 여기에는 특정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부정부패 및 비리 사유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공관위는 공식 문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예비후보들은 공관위의 ‘칼바람’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전날 유포된 문건을 놓고선 친박(친박근혜)계는 비박(비박근혜)계 간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친박계에선 최근 ‘공천 살생부설(說)’로 되레 입지가 좁아진 김무성 대표와 측근들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해 꺼낸 카드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 친박 의원은 “우선추천 지역을 확대하려는 이 위원장의 재량권을 어떻게 해서든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대로 비박 진영에선 공관위로 화살을 돌렸다. 비박계 현역의원들을 대거 ‘컷오프’시키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 생환율’을 높이고 전략공천 여지를 넓히겠다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마치 공천을 쥐락펴락하는 듯한 이 위원장이 문제”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괴문서가 속출하고 있지만 배후를 밝혀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문건의 경우 작성, 보고, 회람 등 주요 루트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서다. 한때 한 공관위원이 유출했다는 루머도 돌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위원장은 “유출자를 색출하고 동기를 추궁해 공관위를 흔들려는 움직임을 빨리 차단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공관위가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후보자나 지역구 이름에 적지 않은 오기(誤記)가 있고 서식도 서로 다른 것도 있어 여연 보고서가 통째로 빠져나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여론조사 실무를 맡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여연)도 발을 뺐다. 김종석 여연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조사실이 공관위만 볼 수 있도록 다른 경로를 거치지 않고 이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우선 여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진상 규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공표를 목적으로 한 여론조사의 경우 사전에 선관위에 신고를 하게 돼 있는데 이 규정을 어겼는지를 확인하는 데 조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누가 빼돌렸느냐’까지 밝히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