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출시될 개인종합자산계좌(ISA)에 은행이 요구하는 자사 금융상품 편입은 보유자산과 신탁자산간의 거래를 금지한 자본시장법의 철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말했다.
임 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ISA에 자사 상품을 집어넣게 해달라는 은행의 요구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과거의 경험과 자본시장법의 규정, 그리고 금융시장의 철학까지 거론했다.
“과거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 은행들이 퇴직연금 가입자가 맡긴 돈을 자사 예금에 들어게 하도록 허용해달라고 했다. 당시에도 자기 은행에 더 높은 수익을 주는 예금이 있다면 해당 가입자는 수익률 측면에서 거기도 들어갈수 있게 해주는게 합리적이라고 봐서 터줬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일어났나. 퇴직연금 가입액의 90%를 자사 예금에 넣었다. 그 결과 퇴직연금을 수행하는 업계 중 은행의 수익률이 제일 떨어졌다. 결국 퇴직연금에서 자사 예금 편입 비중을 줄여갔다. 지금도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를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특판예금이라고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대기업의 퇴직연금을 일시에 끌어오면서 특판형식으로 금리를 더 얹어준다. 일반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우대를 받는다. 가입자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은행들은 자기들이 수익률 높으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그렇지 않고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증명이 안되는 일이다. 증명이 안되는데 기본적인 철학을 무너뜨릴 수 없다.”
임 위원장은 ISA도입 준비는 지난해 8월부터 해왔으며 시장선점을 위해 출시 날짜를 서두를 것을 우려해 3월14일로 날짜를 못 박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충분히 준비를 해온 만큼 출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은행과 증권사들의 무리한 경품 경쟁은 “공정거래법에서 허용한 범위 내라면 감독당국이 관여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수익률 경쟁이라는 본질을 흐트러트리고 고객에게 다른 의미로 비춰질 수 있어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임종룡 “ISA계좌 자사상품 편입은 자본시장 철학 무너뜨리는 일”
입력 2016-03-03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