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족·발품족 주부들, 가성비 시장을 키운다

입력 2016-03-02 11:54

주부 김선영(36·가명)씨는 마트에 가지 않고 모바일 쇼핑몰에서 장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휴지, 치약 등 생필품을 핸드폰으로 결제한 뒤 향하는 곳은 인근 비즈니스 호텔이다. 최근 1만원대 브런치를 선보인 비즈니스 호텔이 생겨 동네 학부모들과 삼삼오오 모인다.

점심 시간 이후엔 대형 쇼핑몰에서 열리는 소비재 전시회에 방문해 저렴한 제품들을 구경한 후 귀가한다. 주부들의 제품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대형마트와 쇼핑몰 중심에서 벗어나 모바일 쇼핑과 전시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성비 제품을 발굴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 진열대의 생필품, 엄지로 찾다

대형마트의 핵심 고객인 주부들이 지난해부터 소셜커머스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쿠팡, 티켓몬스터를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대형마트의 전략 상품인 생활필수품을 판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휴지, 기저귀 등 생필품 카테고리를 강화했고 티켓 몬스터는 ‘최저가 생필품’을 내세운 슈퍼마트를 선보였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모바일 검색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 주부들을 정조준 한 것이다.

모바일 쇼핑몰에서 주로 판매되는 제품은 IT, 의류 관련 제품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성비 높은 생필품을 찾는 주부층이 늘고 있다. 주부들의 모바일 사용빈도가 높아지면서 가성비 소비재 시장은 커지고 있다.

가성비의 다른 이름 ‘타임 커머스 (Time Commerce)’

호텔 분야도 타임커머스(Time Commerce)라는 가성비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타임커머스란 대형마트 식품 코너에서 마감시간 전에 떨이로 판매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마감시간이 지나면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을 저렴한 값에라도 팔고 싶어 하는 판매자와 가격에 민감한 주부층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상품이다.

주부들이 선호하는 타임커머스 시장은 호텔 상품이다. 1박에 20만~40만원을 호가하는 상품들을 모바일 앱에서 한데 모아 70~80% 가량의 할인율로 내려서 호텔 어플에 올려 놓으면 삽시간에 동이 난다.

지난 설과 삼일절 연휴에 ‘세일투나잇’ 등 유명 호텔어플을 통해 할인가로 내놓은 상품들도 주부들에 의해 대부분 예약 완료됐다. 롯데, 신라, 쉐라톤, 힐튼 등의 특급호텔들도 주부 고객층을 겨냥하여 연휴에 맞춰 할인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발품 팔면 가성비 제품이 보인다

가성비 높은 생필품을 구매하는 채널이 대형마트와 모바일 쇼핑만은 아니다. 주부들은 소비재 전시회를 직접 찾아 다니며 우수한 제품들을 발굴하고 있다. 다양한 전시회 중 250개 기업에서 2000여 제품을 선보이는 ‘메가쇼’는 주부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전시회다.

2013년 3차례 전시회에 13만명의 주부 방문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5년 1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소비재 전시회로 성장했다. 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에서 소개되진 않았지만 주부들이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제품들이 메가쇼에 모여있다. 특히 떡볶이 집에서 식품회사로 성장한 강스푸드의 떡볶이 소스는 전시장의 긴 줄을 기다려서 구매하는 인기 제품으로 주부들이 직접 찾아와 발굴한 대표적인 가성비 제품이다.

주최측은 오는 17~20일 서울 대치동 세텍에서 열리는 ‘세텍 메가쇼 시즌I'에 5만명 이상의 주부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재용품 구입 채널은 모바일 환경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며 다양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제품을 찾으려는 주부들의 노력이 가성비 시장을 확대시키고 유통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