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는 2014년 12월말 기준으로 178개국에 718만명에 달한다. 중국에 258만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223만명, 일본 85만명, 캐나다 22만명, 우즈베키스탄 18만명, 러시아 16만명 등의 순이다.
재외한인의 이주는 크게 네 시기로 나눈다. 첫 번째 시기는 1860년대 연해주 이주를 시작으로 1910년대까지다. 가난과 지배층의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과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중국, 러시아, 하와이 등으로 떠났다.
두 번째는 한일병합 이후 1945년까지로, 일제 치하에서 토지와 생산 수단을 빼앗긴 이들이 만주와 일본으로 이주했다. 독립운동가들도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세 번째는 광복 후부터 정부가 이민정책을 수립한 1962년까지로 전쟁고아, 유학생, 미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 미국과 캐나다로 이주한 시기다.
네 번째 시기는 1962년부터 현재까지로 정착을 위해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기다.
이처럼 구한말부터 150여년간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이주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집이 발간됐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한인 이주와 관련된 사진, 문서, 신문, 서한, 박물(博物) 등을 정리한 ‘기록으로 보는 재외한인의 역사’란 기록자료집을 펴냈다고 3일 밝혔다.
‘이주와 정착 그리고 발전의 시간들’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자료집은 ‘아시아’ ‘아메리카’ ‘유라시아·유럽’편 등 총 3권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외 기관·단체·개인 등으로부터 수집한 한인 이주 기록자료 1056점이 설명과 함께 빼곡히 실려 있다.
자료집에서는 1880년대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한 초기 한인들의 모습과 우리나라 최초 이민자에게 발행한 여행권(여권), 1905년 이민 모집 광고문, 중국 용정에 설립된 민족교육의 요람 서전서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1919년 일본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서’, 국내 3·1운동 소식을 듣고 3만명의 한인이 한도 용정촌의 서전대야에 모여 3·13만세시위를 하며 발표한 ‘독립선언포고문’, 하와이 한인들의 ‘독립선언서’ 등도 있다.
1966년 한국은행이 경제부처 장관에게 보고한 ‘재외한인과 파견 근로자의 국내 송금 현황’ 문서에서는 이국땅에서 고생하며 우리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파견 기술자들의 노고를 떠올리게 된다. 50여년 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현지 의류시장의 40%를 점유할 정도로 뿌리를 내린 한인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아르헨티나 아베자네다 한인타운’, 1974년부터 개최된 미주지역 최대 한인축제인 LA 코리안 퍼레이드를 찍은 사진도 담겨 있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자료집이 720만 재외한인의 삶과 애환을 달래주고 그동안 보여준 조국사랑에 대한 감사의 증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료집은 국내외 도서관, 기록관, 학회, 한인회, 한글학회 등 1700여 기관·단체에 책자와 e북 형태로 배포될 예정이다. 7일부터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한인 해외이주 150여년 피와 땀의 기록…국가기록원 자료집 발간
입력 2016-03-03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