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찍는데 어떻게 조심합니까' 경찰 안내문 논란

입력 2016-03-03 11:27 수정 2016-03-03 11:27

서울 혜화역 화장실에 붙여진 '몰래 카메라 주의' 안내문에 항의 낙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이 '몰카가 많으니 방심은 금물이다' '계단 걸을때 뒤를 가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식으로 문구를 내건건데, "왜 피해자가 먼저 조심해야 하는 거냐"며 안내문 곳곳에 분노의 글귀가 적히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이 몰카 안내문 논쟁은 온라인에 까지 번졌습니다.


3일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는 시민 낙서가 적힌 몰카 주의 안내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낙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니 몰래 찍는데 주의를 어떻게 해요?"


"몰카 주의X, 몰카 금지 ㅇ"
"아니 무슨 미끄럼 주의도 아니고, 몰카를 주의하라니…."
"차라리 집에가서 싸라고 하세요."


많은 네티즌들은 몰카 피해자에게 먼저 조심하라는 문구처럼 읽힌다며 면서 분노했습니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안내문 속 낙서 처럼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보였습니다.


한 네티즌은 "헬조선에서 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 또한 '노오오오오오력'을 해야하는거냐"고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주변을 살펴서 나쁠 것 없지만 몰카 찍히지 말라고 주의시키지 말고 몰카 찍지 말라고 가르치는게 먼저 아닌가"라면서 황당해했습니다.

경찰의 '친절 문구'에 시민과 네티즌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요. 그러나 제가 본 커뮤니티 대부분에는 "나도 저걸 봤는데 나만 이상하게 생각한 게 아니구나"라는 식의 동조가 많았습니다.

안내문에 나온 혜화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한 관계자는 "캠페인성 안내문인데 이런식의 논쟁이 벌어지는 지 몰랐다"면서 "관할 지역에 지하철도 있고 해서 예방차원에서 붙여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몰카 피해자에게 먼저 조심하라는 의도 담겼다기 보단 몰카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