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비대위 사퇴하라” 더민주 지지자들 서명 행렬

입력 2016-03-03 00:06
사진=더불어민주당 공식카페 캡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비대위원 사퇴 서명운동까지 진행 중이다.

2일 더민주 공식카페 ‘정감’ 서명게시판에는 박영선 비대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게재됐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결정 소식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첫 청원글이 올랐다.

발의자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협상결과를 만들고 나 몰라라 했던 사람이 다시 비대위에 들어와 앉아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무제한 토론에 있어서도 당원을 기만하고 이미 포기해버린 듯한 태도로 인터뷰한 비대위원은 필요없다”고 적었다.

해당 주장은 적잖은 공감을 얻었다. 11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서명했다. “더민주를 지지하지만 박영선 의원은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 “믿을만한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 등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실명으로 남겨진 의견들이었다.

박영선 비대위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뒤에는 더 큰 여론이 형성됐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나선 자리에서 총선 지지를 호소한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이후 두 건의 관련 청원글이 추가로 등록됐다. 한 발의자는 “박영선 때문에 더민주는 외통수에 걸려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생겼다”면서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퇴가 아닌 해임을 주장하는 글까지 올랐다. 다른 발의자는 “박영선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탈당의 불씨를 지폈다. 스스로 물러난다고 해서 지지자들의 마음이 돌아설 것 같지 않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글에는 각각 100여건에 달하는 서명이 등록됐다. 공감을 표하는 반응 역시 줄줄이 이어졌다.


정감 카페는 본인인증을 거쳐 회원가입을 해야 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 회원의 대부분은 당 문제에 관심이 높은 지지자나 당원이란 얘기다.

앞서 박영선 비대위원은 1일 오후 7시40분쯤 국회 단상에 올라 1시간가량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던 그는 갑자기 ‘4.13 총선에서 표를 달라’는 얘기를 꺼내며 눈물을 보였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소식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노의 화살은 저에게 쏴 달라. 제가 다 맞겠다”며 흐느꼈다.

그는 “대신 여러분이 분노하신 만큼 4월 13일 총선에서 야당에게 표를 주시라”며 “야당이 이겨야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4월 13일 야당을 찍어주셔야 한다. 야당에게 과반의석을 주셔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주시고 야당을 키워주셔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해당 연설 이후 반응은 싸늘했다. “박영선 비대위원의 ‘감성팔이’ 선거운동 때문에 앞서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의원들의 뜻마저 빛바랬다”는 식의 비판이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에서 역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결국 선거를 위한 ‘선거버스터’였음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박영선 비대위원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것은 총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들께 표를 달라 호소했다”며 “표를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에 후안무치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안보를 위한 테러방지법을 가로막아 대한민국 국회를 부끄럽게 만든 야당이 반성은커녕 그 화살을 여당에게 돌리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