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대통령 될 거예요.” “예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 장래희망을 묻자 단상에 오른 아이들은 쑥스러워하다가도 이내 씩씩하게 꿈을 말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 강당은 입학생이 뿜어내는 설렘으로 가득 찼다.
1894년 개교한 이 학교는 국내 최고(最古)의 초등학교로 유명하다. 도심공동화현상 탓에 학생이 적은 학교로 꼽히기도 한다. 올해 입학생은 28명. 지난해보다 7명 늘었다. 지난해까진 입학생 모두가 같은 반 친구가 됐는데 올해는 14명씩 2반으로 나뉘었다.
“우리 애들 입학할 땐 한 200명은 됐던 것 같은데.” 장래희망을 말하는 손자가 혹여 실수하진 않을지 걱정스러운 눈치로 살피던 김모(82)씨가 말했다. 김씨의 네 자녀는 모두 이 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김씨는 “아무래도 애들이 적으니 선생님들이 잘 보살펴주지 않겠냐”면서도 “친구들 사귀려면 동기가 많아야 좋을 텐데”라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같은 시간 영등포구 대림동 대동초등학교에서도 입학식이 한창이었다.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동네 특성상 입학식의 풍경도 다른 학교와 조금은 달랐다.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학부모가 많았다. 한자가 적힌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학교 강향옥 교장은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입학식 풍경이 조금 다르다. 중국 학교 같은 느낌도 살짝 든다”면서 “다문화 학생들과 소통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가정환경조사를 거쳐 중국동포 등 다문화 학생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 밖 ‘교육열’은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았다. 학교 주변 학원과 학습지 업체들은 입학식 1시간 전부터 학교 정문 앞에 진을 쳤다. 입학선물을 나눠주며 학부모의 걸음을 붙잡았다. 한 아이는 건네받은 알림장이 신기하다는 듯 엄마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신훈 김판 기자 zorba@kmib.co.kr
우리 아이 처음 학교 가던 날
입력 2016-03-02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