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日대사관 옆 람보르기니 1인 시위…고급차를 광고판으로 만든 이유가

입력 2016-03-02 16:32 수정 2016-03-02 17:15
사진=보배드림

3·1절을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서 고급 수입차 람보르기니가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색시위를 벌인 람보르기니 차주 이세욱씨는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어제 일본대사관 앞에서 람보르기니로 시위했던 사람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자신을 페이스북에서 열혈 활동 중이라고 소개하고 시위를 하게 된 취지와 준비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방영한 MBC 다큐스페셜에서 혐한 시위대 재특회에 맞서 싸우는 카운터스 행동대 ‘오토코쿠미’편을 보고 일본 현지에서 힘겹게 싸우는 그들을 보며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던 이씨는 몇 시간에 걸쳐 생각해 낸 끝에 별 거 아니면서도 최대한의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내 차에 문구를 붙이고 기동시위를 해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아내 몰래 집에서 뚝딱뚝딱 문구들을 인쇄했다.



아내는 행여 이씨가 다치거나 법적 처벌을 받을까봐 안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인쇄한 문구들을 아파트 주차장에서 람보르기니에 덕지덕지 붙였다.

이씨는 자신의 차는 형광색으로 전체 랩핑을 해놓은 터라 흠집은 개의치 않고 테이프로 붙였다고 전했다.



‘한일협상반대’

‘독도는 우리땅’

‘역사를 부정하고 은폐하는 일본에게 경제성장이란 없다’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실시하라!!’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실시하라!!’

그가 차에 붙인 문구 내용이다.

종로에 도착해보니 이미 일본대사관 앞에는 시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는 일본대사관 건너편 안전지대에 주차하고 창문을 열고 블루투스를 이용해 음악을 크게 틀었다.

음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2차대전 당신 일본군이 무서워했다는 ‘독립군가’를 무한반복해서 틀었다.

그렇게 20~30분 정도 정차하고 있으니 구청 주정차 단속 CCTV 장착 차량이 ‘여기다 주차하면 안된다’고 해서 이동했다.

아무래도 집회시위 신고를 하지 않고 1인 시위다 보니 법규를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대사관 주변 자리를 옮겨가며 2시간 가량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현장에서는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씨는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사랑하며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태 때도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예의와 질서를 중요시하는 일본의 국민성을 높이 사고 싶고 본받을 점이 많은 국가임에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36년 일제치하 역사와 만행을 은폐하고 숨긴다면 더 이상 일본에게 선진국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에 대한 보상을 촉구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씨는 “국산차를 이용했으면 더 보기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라며 “파급효과와 이목을 끌기 위해 형광색 람보르기니만한 광고판이 없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