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백의종군 강기정 의원 쿨한 퇴장

입력 2016-03-02 13:57
20대 총선에서 사실상 공천배제 됐던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떠나지 않고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힌 후 정론관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6일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도중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보고 싶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2일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강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계기에 대해 “뭐 그냥”이라며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8세의 젊은 청년이었던 저를 원칙과 소신의 바른 정치인으로 키워준 북구민과 국민의 사랑을 가슴에 새기겠다”며 “이 당의 주인이기 때문에 당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저의 내려놓음이 광주의 더 큰 승리와, 광주의 확장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저의 존재이유였고 저의 젊음을 통째로 바쳤던 광주와 당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별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그는 “당이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에 분당·탈당의 광풍 속에서도 당을 지켰다”며 “12년간 당이 저를 바른 정치인으로 키워줬기에 이 순간 당이 비켜 달라 하는 순간에 솔직히 복잡하지 않게 비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도 “이렇게 볼 일 (오늘이) 마지막인 듯싶다”며 “선거 때 고생해주시고, 우리 더민주당 승리할 수 있게 힘 모아 달라. 감사하다”고 쿨한 인사를 건넸다. 발언 시작부터 기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달하기까지 꼭 10분이 걸린 작별인사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강 의원의 지역구(광주북갑)를 전략 공천키로 하면서 강 의원을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