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받은 제대혈로 무허가 '제대혈 줄기세포' 제조, 판매, 이식한 일당 검거

입력 2016-03-02 15:37
<자료: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기증·위탁받은 제대혈로 허가받지 않은 세포치료제 ‘제대혈 줄기세포’를 제조, 유통해 환자에게 이식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산모들로부터 기증·위탁받은 제대혈을 배양해 의약품인 제대혈 줄기세포 1만5000유닛을 불법으로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제대혈줄기세포은행 H업체의 전 대표 한모(59)씨 등 3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H사에서 만든 불법 제대혈줄기세포를 유통한 업체 대표 이모(56)씨 등 11명, 제대혈줄기세포를 환자들에게 이식한 의사 15명 등이 포함됐다.



제대혈줄기세포 불법 제조, 유통, 이식과정

한씨는 H사를 운영하며 2003년부터 2011년 4월까지 식품의약품 안정처장의 의약품제조업허가 및 품목별 허가·신고 없이 제대혈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분리·추출해 1만5000유닛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이중 4648유닛을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에 걸쳐 유통업체와 병·의원에 한 유닛 당 100만원가량을 받고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판매한 4648유닛은 309억~464억원 상당의 규모다.

이씨 등이 운영하는 11곳의 유통업체는 1회 시술에 유닛 3개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유닛 1개 당 100만~200만원을 받고 병·의원에 판매했다. 이를 구입한 병·의원 13곳에서는 1회 분량에 2000만~3000만원을 받고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창원에서 여성병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H사에서 제대혈줄기세포를 1유닛 당 100만원을 주고 65유닛을 구입해 당뇨, 아토피, 척추손상 등 난치병 환자의 치료와 항노화 등의 미용목적으로 1회당 2000만원 상당을 받고 이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대혈이란?

제대혈은 탯줄과 태반에 있는 혈액으로 보통 지름 1㎝, 길이 50㎝의 탯줄에서 약 40~175cc의 제대혈이 채취 가능하다. 제대혈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다량 함유돼 있고 연골, 뼈, 근육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도 많이 포함돼 있다. 이 둘을 합쳐 제대혈제제라고 한다.

조혈모세포는 골수이식을 대체해 백혈병, 혈액암 등 난치성 혈액질환의 치료법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산모들은 신생아나 다른 가족들의 질병치료나 의학 연구 등을 위해 분만과정에서 발생한 제대혈을 채취한 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대혈 은행에 냉동보관하기도 한다.



제대혈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H사에서 제조한 제대혈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는 100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10% 가량이 항노화 등의 미용목적으로 이식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제대혈 이식 절차는 환자가 제대혈 이식을 허가받은 46개 병원 중 한 곳을 방문하면, 병원에서 제대혈 정보센터에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과 조직적합성 검사를 통해 일치하는 제대혈을 파악한다. 제대혈 정보센터는 제대혈 은행에 통보해 해당 병원으로 제대혈을 보내주고 이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건복지부에서 제대혈은행 허가를 받은 곳은 카톨릭 조혈모세포은행 등 17곳, 제대혈 이식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인제대학 부속 부산백병원 등 46곳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제대혈을 구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2011년 7월 시행된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은 제대혈 매매에 대해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위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리목적으로 매매가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같은 법 5조에서는 영리목적의 제대혈과 그 부산물의 매매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제대혈은행도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이식도 지정받은 의료기관에 한해 허가하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