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에서 구조된 럭키, ‘견생역전’…동화책 주인공되다

입력 2016-03-02 11:18 수정 2016-03-02 11:27

3년간 유기견으로 살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동화의 주인공이 된 개가 있다. 검둥개 럭키가 그 주인공이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다른 유기견들을 살리기 위해 1,193,520원을 벌어온 검둥개 럭키’란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유기견 럭키를 키우고 있는 새로운 주인 A씨가 올린 글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기동물 구호단체인 팅커벨프로젝트의 대표인 A씨는 어린이 전문도서 제작사인 국민서관 출판사에서 럭키의 사연을 듣고 이를 동화책으로 출간해 작가와 출판사가 각각 판매액의 1%씩을 유기견 구호기금으로 후원키로 해 벌어들인 금액이라고 전했다.



A씨는 “요즘 출판 시장이 불황이라 사실 초판 1쇄를 다 판매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검둥개 럭키는 지금까지 5500권이나 팔렸다”며 “국민서관 출판사에서 정가 1만800원의 2%인 119만3520원을 유기견 구호를 위한 기금으로 후원했다”고 알렸다.

동화책으로까지 출간된 럭키는 4년 전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돼 A씨와 함께 살게 됐다.

럭키는 다리 밑에서 홀로 3년간 노숙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노숙자나 공사장 인부들이 잡아먹으려 하는 등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온 탓에 경계심이 무척 강했다.



그런 럭키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근처 아파트에 살던 아주머니는 안쓰러운 마음에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먹이를 챙겨주었다.

아주머니는 외출을 할 때에는 저녁에 먹을 것까지 가방에 챙겨가지고 갔다가 돌아오면서 주고, 심지어는 여행을 갈 때조차 이웃에게 부탁해 하루도 빠짐없이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그러다보니 경계심 강한 럭키도 아주머니에게 만큼은 마음을 완전히 열고 의지했다.



그러나 다리 밑을 매일 산책하는 사람들 중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럭키를 한강시민공원 관리사업소에 신고해 보호소로 보내라고 했다.

야생성이 강한 럭키는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가 데려올 수 없었다. 럭키 같은 개는 실내에서 살기가 힘들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자기를 따르는 럭키가 보호소에서 안락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동작대교 다리 밑 개를 구해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다.

119 구조대에서 두 번이나 출동했지만 럭키를 잡지 못했다. 결국 아주머니가 나서 이동장에 넣어 잡을 수 있었다.



A씨 집에 오게된 럭키는 다른 개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살게 됐지만 아주머니 외에는 어떤 사람도, 어떤 개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음식도 거부했다.

흑석동에 사는 아주머니는 럭키가 걱정돼 자양동의 A씨 집에 매일 찾아왔다. 하루종일 구석진 창고에 웅크리고 있던 럭키는 아주머니만 오면 마치 엄마가 온 듯 반기며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씨에게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도 못 대게 하고 만지다가 몇 번 물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럭키가 안심하고 신뢰를 하는 것 같았다.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럭키는 아주머니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엄마 나 살려주시고, 여기 좋은 곳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A씨는 럭키를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구조해오면서 럭키에게 한 약속이 있다.

“내가 여기 너 데리고 꼭 다시 와 줄게. 여기서 네가 많이 고생했지만 나중에 우리집에서 잘살게 되면 그 때는 그 고생했던 것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거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짜로 럭키를 데리고 A씨의 집이 있는 잠실대교 북단에서 동작대교 남단까지 왕복 25㎞를 걸어갔다 왔다. 럭키는 목줄 없이 다닐 때 발길질 하고 돌팔매질하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무척 심하게 경계했다. 걷다 사람을 만나면 계속 A씨 뒤로 숨었다.

그래서 “럭키야. 이제 뒤에 숨지 않아도 돼. 내가 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줄게”라고 말해주었다.

A씨의 마음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럭키는 사람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걷게됐다.

리드줄을 잡고 럭키와 산책하는 게 소원이었던 아주머니와도 한강 산책을 했다.

럭키를 알아본 한강시민공원 관리사업소 관계자도 “럭키 때문에 많이 걱정했는데 럭키가 이제 잘살게 됐다”고 좋아했다.



한편 럭키의 사연을 담은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됐다. 상권은 검둥개 럭키가 동작대교에 버려져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아주머니와 인연을 맺는 이야기, 하권은 구조돼 A씨(책에서는 뚱아저씨) 집에 와서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살면서 있었던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A씨는 이 기금으로 다음 주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인 동구협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있는 유기견묘 3마리를 구조할 예정이다. 기금은 구조한 유기견묘의 건강검진비 및 치료비로 쓸 계획이다.

A씨는 “비록 자기 자신이 유기견이었지만,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가엾은 다른 유기견묘들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온 검둥개 럭키 많이 칭찬해달라”며 “럭키를 집에서 돌보고 있는 입장에서 이 녀석이 언젠가 큰 일 해낼 줄 알았다”고 자랑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