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놓고 하루 종일 진통을 겪었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원내지도부가 중단을 결정했지만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초 오전 9시 필리버스터 중단을 알리는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시작 9분 전 돌연 취소됐다. 이 원내대표는 대신 “더민주는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 자세한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문자메시지로 발표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이 뒤집히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중단 계획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오후 7시10분쯤 시작된 의원총회에서도 혼란은 계속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미 법안 내용을 충분히 알렸고, 필리버스터를 계속 해도 법안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 “안보프레임으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경제정책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비대위와 원내지도부는 정회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더민주는 결국 오후 11시가 다 돼서야 이 원내대표를 끝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브리핑에서 “이 원내대표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수정을 요구했던 부분이 전혀 수정되지 않아 우려되는 점에 대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호소한 뒤 무제한 토론을 종결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끝까지 (새누리당과) 같은 수준으로 버티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중단)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 종료 이후의 의사일정에 대해 “무제한 토론이 끝나면 바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잡지 않았다”며 “(법안처리의 우선순위도)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민주는 당초 이날 자정을 넘기지 않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했다. 이를 위해 더민주는 발언을 신청한 의원들의 발언 순서와 발언 시간 등을 급히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민주 내부의 이견 조율과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의 발언 등으로 예고했던 종료 시한을 넘기게 됐다. 더민주 원내 관계자는 “정의당 의원의 발언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민주 내에서는 필리버스터를 마친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왔다. 김용익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로 얻은 지지와 감동, 점수를 다 까먹었다”며 “빵점짜리 출구전략”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공천배제를 통보받은 후 발언에 나섰던 강기정 의원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이 승리하는데 힘을 보탤 생각이다. 그런데 지도부는 무엇을 내려놓고 희생할 것이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 진영인 이학영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고 적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더민주, 격론 끝에 2일 필리버스터 중단키로
입력 2016-03-02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