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선 예비후보의 폭언은 지난 29일 파주신문의 보도로 드러났다. 파주신문은 지난 26일 오후 5시 59분부터 7분 동안 이뤄진 류화선 예비후보와 여성 당원의 전화통화 음성파일을 1분 51초 분량으로 압축해 온라인판으로 공개했다.
류화선 예비후보는 언론인,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으로, 4·13 총선에서 경기도 파주을 선거구로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공천 여론조사를 앞두고 당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다소 냉랭하게 반응한 여성 당원에게 폭언했다.
여성 당원은 당원 명부에서 한 글자 빠진 이름을 알려 달라고 요구한 류화선 예비후보에게 “꼭 공개해야 하느냐”고 거절했다. “이번에는 나를 좀 밀어 달라”는 류화선 예비후보의 호소에는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선거 후보자가 무작위 전화통화에서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이었다. 여성 당원의 욕설이나 비난은 없었다.
류화선 예비후보는 전화통화를 끝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여성 당원을 향해 “개 같은 X. 별 거지같은 X에게 걸렸네”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며 “이 더러운 것을 왜 하려고 하는지… 떨어지는 게 낫다”고도 말했다. 이런 발언들은 여성 당원의 전화기 너머로 녹음되고 있었다.
여성 당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류화선 예비후보가 전화를 끊은 줄 알고 폭언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욕설한 것은 시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류화선 예비후보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일부 당원들까지 비난 여론에 합류해 예비후보 사퇴를 압박했다. 류화선 예비후보는 음성파일 공개 하루를 넘긴 1일 블로그를 통해 폭언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류화선 예비후보는 “이유가 어떻든 내 부덕의 소치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 변명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이번 선거는 너무 힘들다. 현역 의원은 당원들을 속속들이 알고 뛰지만 나처럼 도전하는 예비후보는 이름조차 모르는 당원에게, 그것도 050 안심번호로 전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공정 게임을 하는 예비후보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마 예비후보들은 모두 나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사과문이 비난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더욱이 사과보다 예비후보의 고충을 토로하는데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 사과문은 여론의 역풍만 부르고 말았다. 류화선 예비후보의 블로그에는 “변명할 생각은 없다면서 곧바로 변명을 시작하는가” “힘들 줄 모르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는가”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고 평소엔 시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