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노 삼일절 해트트릭… 태극기 붙인 FC 서울, 히로시마에 골 폭격

입력 2016-03-01 16:17 수정 2016-03-01 16:54
FC 서울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유니폼에 태극기를 부착했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아드리아노의 유니폼도 예외는 아니었다. / 사진=뉴시스 제공

프로축구 FC 서울이 일본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골문으로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절묘하게 삼일절에 열린 미니 한일전에서였다. FC 서울의 유니폼엔 이례적으로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FC 서울은 1일 서울 성산동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2차전 홈경기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4대 1로 격파했다. 지금까지 두 경기에서 무려 10골을 퍼부었다.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아드리아노(29)는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으로 ‘득점왕’을 예약했다. FC 서울은 2전 전승(승점 6)으로 F조 1위를 지켰다.

경기는 미니 한일전으로 열렸다. 공교롭게도 조선의 민중이 제국주의 일본의 폭정에 저항하고 독립선언문을 발표했던 1919년 3월 1일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국경일로 제정한 삼일절에 우리나라의 심장 서울에서 열린 경기였다. FC 서울 선수들은 이런 의미를 담아 유니폼에 태극기를 부착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원정 서포터스는 상암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일장기를 걸었다.

국기만으로 그라운드의 정치적 행위를 지적할 수 없지만 태극기와 일장기를 바라보는 두 팀 선수와 관중들의 눈매는 매서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FC 서울이 거둔 대승은 우리 축구팬들에게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축구팬들은 SNS에서 “삼일절이어서 대승은 조금 더 특별했다” “아드리아노를 외국인 비례대표로 국회에 보내고 싶지만 해트트릭 했다고 공천 못 받아요” “FC서울이 태극기를 붙이고 의미 있는 경기를 만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며 환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