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 생활을 다루는 예능이 공중파 방송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옵니다. 때에 따라 군에 있거나 제대를 한 청년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는데요. 특히 한 예능방송에서 “국민의 피와 땀을 잔반통에 버리려고 하는 것이야!”라고 호통을 치는 교관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케 만든 듯합니다.
1일 보배드림 등 여러 커뮤니티에는 ‘어느 사병의 빡침’이라는 장문의 글 하나가 올라옵니다. 글은 김치국과 말라비틀어진 생선이 담긴 배식의 모습이 담겨있는데요. 글쓴이는 “식사에 대한 감사의 기도는 O발…” “20대 청춘에 끌려와서 최저시급도 못 받고 뺑이 치는 군인들한테 짬밥 먹이면서 국민들의 피와 땀 버리느니 드립 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함.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데”라며 울분을 토합니다.
그는 “군인이 국민에게 세금으로 밥 줘서 감사하다고 하는게 아니라 국민이 군인한테 너네 덕에 맘 편하게 밥 먹는다고 감사해야 하는게 차라리 맞는거 아니냐”라며 “정상적인 나라라면 지금보다 순수 사병복지예산을 2배 이상 늘려서 밥이라도 풍족하게 먹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국방부 장관이 식전 방송으로 ‘풍족한 식사를 제공하고 싶지만 나라 사정이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다’고 머리 숙여 사과해야하지 않나”라며 억눌렸던 한을 풀어냈습니다.
이어 “60만 병사들 식비 꾸역꾸역 아끼고 물 아껴라 전기 아껴라 OO하면 뭐해 O별들 방산비리 한번에 수천억인데 우리는 블랙아웃 난다고 여름에 선풍기도 못 틀게 하면서”라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졌다는 미군과의 비교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는 “미군과 같이 훈련 받은 적 있는데 식사 추진도 제대로 안 되서 비닐에 밥이랑 반찬, 고추장 넣어서 떡 만들어 입가에 고추장 묻혀가며 먹는 우리를 어디 미개인마냥 쳐다보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군인인 나한테 고마워 할 줄 알아야지 왜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아야 됨? 군대 와서 다치면 제대로 보상도 못 받는데… 시급 몇백원 받고 왔으면 밥이 한 끼에 5000원 짜리를 줘도 모자랄 판국에 쓰레기 같은 밥 주면서 뭔 O소리야”라며 말을 마칩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당연히 군인에게 고마워해야죠”라며 “속 시원한 소리 한다”고 청년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최저 시급도 못 받는 청년들에게 국민의 피 같은 세금 타령을 하다니” “군대를 만든 뿌리가 자국 국민을 학살하고 탄압하던 적국의 군대 출신들이었다. 노예의식을 벗어나 나라를 지키는 참 군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한다” “공감합니다. 깨어있는 젊은이군요” “먹는 거라도 제대로 먹입시다” “젊은이들 조국수호 위해 데려갔으면 적어도 의료시설은 잘 갖춰야지” “고맙고 미안합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2014년 국방비 확정 예산은 35조 7000여억원입니다. 이 중 간부인건비는 22.1%, 병사인건비는 1.96%였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0년부터 접수된 방위산업 부패신고 중 혐의가 있다고 판단된 16건 중 수사가 이뤄진 4건의 비리행위 규모를 1430억원으로 발표했습니다. 방산비리만 해결해도 사병들에게 맛난 밥 넉넉하게 먹일 수 있을 겁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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