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년간 히말라야 풍광을 한지 화면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강찬모(67) 화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다. 유럽 유수의 갤러리와 각종 아트페어에서 ‘솔드아웃’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붓질하는 작업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사랑과 평화, 기쁨과 행복의 이미지에 빠져들게 된다.
강 화백은 자연과 인간은, 사고의 방식이나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에서도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만의 감성적이고 정신적 세계에 어우러진 평화스럽고 침묵이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의 자연이 우리의 심장 속을 파고든다. 그의 산은 순수함과 진실의 색으로, 침묵의 소리에 잠겨 조용히 하얗게 빛을 내고 있다.
강 화백이 ‘무엇이 우리를 사랑하게 하는가…’라는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15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보가드성 박물관의 ‘2013 살롱전’ 금상 수상 기념전으로 가로 4m50㎝, 세로 1m63㎝의 대작 등 40여점을 내걸었다. 감성적이고 평화로운 자연 풍광이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다. 산의 능선, 별, 은하세계가 펼쳐지고 잠자리, 물고기, 꽃, 어린왕자가 어울려 사는 푸른색의 우주공간은 약동하는 에너지를 선사한다. 조개가루와 천연재료 및 안료를 사용해 대자연의 선율을 붓질한 작업이다. 파리의 셀렉티브 화랑 대표인 데니 구슬라는 강 화백을 일컬어 ‘관조와 명상의 화가’라고 했다.
“한국 한지 위에 작업하는 강 화백의 작품은 대자연의 찬미가를 내재적으로 표현한다. 수많은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 밝게 빛나는 달무리와 어울려 히말라야 산맥의 높은 곳으로부터 아름다운 선율을 흐르게 한다. 산의 능선, 별, 은하세계가 심오하게 깊고 푸른색의 하늘을 밝혀준다. 잠자리, 별, 물고기, 꽃, 어린왕자가 서로 어울려 살고 있는 우주공간에 우리를 데리고 간다.”
영국 화가 마랙 코즈니에프스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현명한 언어, 그리고 관대함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그린 것들과 그 색채의 고요함에 마치 홀린 듯 빠져 들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때때로 강렬한 유대는 만난 순간 이루어집니다. 그의 그림에서 나는 내게 너무나도 꼭 맞는 세상을 보았고, 그의 창조물 안에 담긴 생각들은 나를 전율시켰습니다.”
또 다른 작품은 능선을 하얗게 표현하고 해와 달을 붉게 묘사하는 식이다. ‘빛의 사랑’이나 ‘별이 가득하니 사랑이 끝이 없어라’ 같은 작품은 고요한 세계로 안내한다. 희망과 힐링을 전하는 그림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짙푸른 하늘빛과 한낮의 태양빛을 받은 히말라야 설산의 자태가 밀물처럼 사랑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강 화백이 추구하는 ‘영원한 사랑과 희망’은 작품 ‘아름다운 산 시리즈’에 반영되고, 그 에너지는 보는 이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작가의 우주 에너지에 대한 명상은 땅으로부터 온 물감과 종이에, 그리고 그의 언어로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그의 산은 마치 영원함 앞의 고독과 신비로움, 침묵 속에서 기도하는 성자와 닮았다. 봄소식과 함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전시다(02-733-198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히말라야 풍광 한지 그림 강찬모 화백 “무엇이 우리를 사랑하게 하는가‘ 아라아트 초대전 3월15일까지
입력 2016-03-01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