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위안부 할머니들은…정대협 윤미향 “기가 막힌다”

입력 2016-03-01 12:03
사진=윤성호 기자
사진=강민석 기자
삼일절을 맞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심정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삼일절 기념식을 열며 독립선언서 낭독을 듣고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대표 난제인 위안부 피해 문제는 아직 풀린 게 아니다. 지난해 12·28 합의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의 소외감은 계속되고 있다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는 밝혔다. 25년간 할머니들 곁에서 수요 집회를 지켜온 윤 대표는 삼일절 맞는 심정에 대해 “바쁜 날이기도, 슬픈 날이기도, 분노스러운 날이기도 하고 굉장히 복잡한 날”이라고 했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할머니들 같은 경우에는 독립이랄까 광복이랄까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오는 날들조차도 소외되었던 삶을 살았다”라고 했다. 올해 삼일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전히 현실은 아프고, 대통령의 역대 정부가 못한 위안부 합의 해냈다는 자랑엔 “기가 막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은 광복 70주년이 이렇게 고통일 줄 몰랐다”고 했다. 설날 때는 정부에서 할머니들께 편지를 보냈는데 “똑같은 말로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 역대 정부가 하지 못했던 거 이 정부가 해냈다’”라고 밝혔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이 편지를 읽고 설날만큼은 과거의 짐을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다 이미 타결해 놓고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거는 이거 받으라고 우리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 우리를 뭘로 생각하는 거냐”란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표는 12·28 합의 발표후 일본 정부의 적반하장, 유엔 여성철폐위원회에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일 등을 언급했다. 이에 맞서 적극적 항의는 하지 못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라고 해석하거나, 10억엔이 국고에서 나오므로 공식 배상이라거나, 소녀상 철거에 대해 혼선 빚는 우리 정부를 향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한신대 신학과 출신으로 목회자를 꿈꾸다가 25년 전 단체에 간사로 들어가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윤 대표는 합의 발표에 반발한 이후 빨갱이 내지 종북주의자로 몰리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권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그렇게 색깔논쟁을 입히는 것 같다”라며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저 단체가 위험한 단체다. 안보관도 위험하다’ 이렇게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과 과거사를 푸는 문제는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윤 대표는 “정권이 위기가 올 때마다 약자들의 아픔을 이용해서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라며 “그 중심이 위안부까지 온 거죠”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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