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46)이 한국배우 사상 최초로 이 무대에 올랐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42)는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오랜 숙원을 떨쳐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스포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당초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마션’ ‘빅쇼트’ 등 작품도 쟁쟁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에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매드맥스는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 등 6관왕을 차지했다. 레버넌트는 촬영상과 감독상, 그리고 남우주연상까지 휩쓸었다. 작품상 불발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디캐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단연 이슈였다. 청춘스타로 군림하던 시절부터 유난히 오스카와의 인연이 없던 그였기 때문이다. 디캐프리오는 ‘길버트 그레이프’(1994)로 남우조연상 후보, ‘에비에이터’(2005)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매번 수상에 실패했다.
4전5기만에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린 디캐프리오는 의미 있는 수상소감까지 선사했다. 그는 “2015년은 지구 온난화 문제가 가장 심했던 해다. 지금도 북극에서는 얼음이 녹고 있다. 기후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인류가 직면한 위협에 다함께 나서야 한다”고 역설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남녀 주·조연상 4개 부문 후보 전원이 백인 배우로 채워진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만의 잔치(OscarsSoWhite)’라는 비판에 몸살을 앓았다. 한편 역설적이게도 이번 시상식은 사상 최초로 두 명의 한국인이 참석하는 기록을 남겼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심플송'이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다. 당초 조수미는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부를 예정이었지만 시간관계상 이마저 빠지게 됐다.
외국어영화상 시상을 맡은 이병헌은 할리우드 여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침착하고 여유롭게 시상을 마쳤다. 유창한 영어실력이 특히 돋보였다.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더해져 해외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시상식 전 이병헌은 미국 ABC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처음 나선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다”며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등 할리우드 동료들과의 작업은 늘 즐겁고 유쾌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제88회 아카데미(오스카) 전체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스포트라이트’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레버넌트)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레버넌트)
▲여우주연상=브리 라슨(룸)
▲남우조연상=마크 라이런스(스파이 브릿지)
▲여우조연상=알리시아 비칸데르(데니쉬 걸)
▲각본상=‘스포트라이트’
▲각색상=‘빅쇼트’
▲미술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의상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분장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촬영상=‘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편집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음향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음향편집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시각효과상=‘엑스마키나’
▲단편애니메이션상=‘곰 이야기’
▲장편애니메이션상=‘인사이드 아웃’
▲단편다큐멘터리상=‘어 걸 인 더 리버: 더 프라이스 오브 포기브니스’
▲장편다큐멘터리상=‘에이미’
▲단편영화상=‘말더듬이’
▲외국어영화상=‘사울의 아들’
▲음악상=‘헤이트풀8’(엔니오 모리꼬네)
▲주제가상=‘007 스펙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