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진행을 맡은 흑인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의미심장한 일침을 가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은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럼 난 실업자가 된다”며 “그리고 이 자리를 백인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아카데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녀 주·조연상 4개 부문 후보 전원이 백인 배우로 채워져 ‘백인만의 잔치(OscarsSoWhite)’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흑인 배우와 감독들은 보이콧(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크리스 록은 “흑인 후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흑인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연기로만 얘기하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이라며 “그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진행자 멘트 중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대니시 걸’ ‘마션’ 등 작품을 흑인 배우들이 패러디한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크리스 록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매년 좋은 연기로 후보에 오르지만 흑인들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병헌이 한국배우로서는 처음 시상자로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또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심플송'이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백인잔치 ‘아카데미’… 흑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돌직구
입력 2016-02-29 12:07 수정 2016-02-29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