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감경기가 북한리스크 및 글로벌 시장 불안 등의 여파로 약 7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올 들어 지역별 경기도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합 내지 후퇴를 보이는 등 국내경기의 냉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6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2월 제조업 업황BSI가 63으로 2009년 3월(56)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BSI는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조사는 2월 15∼22일 실시됐으며 전국 2869개(제조업 1748개, 비제조업 1121개) 업체가 응답했다.
이처럼 기업경기가 급랭한 것은 올초부터 불거진 대내외 악재 때문이다. 한은 박성빈 기업통계팀장은 “중국 등 신흥국들의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잘 되지 않은데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기업경기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경기심리가 훨씬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기업은 2월 업황BSI가 61로 전달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내수기업의 하락폭은 1포인트에 그쳤다.
비제조업 역시 부동산 경기 둔화 여파로 2월 업황BSI는 64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해 2009년 3월(60) 이후 가장 낮았다.
비제조업 가운데 건설업의 업황BSI가 59로 1월(72)보다 13포인트 급락했고 부동산·임대업(70)은 5포인트 떨어졌다. 박 팀장은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진행되면서 주담대 증가율과 주택거래량이 모두 둔화된 탓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이날 ‘지역보고서’를 통해 올 1~2월 중 국내 경기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된 가운데 수출부진 등으로 개선흐름이 주춤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은 16개 지역본부가 지역 내 업체 및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담았다. 한은은 권역별로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권역에서 생산이 소폭 감소하거나 보합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소비와 수출의 부진도 눈에 띈다. 소비는 자동차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가구 및 가전 제품 판매는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줄었다. 또 전세가격 상승 및 월세 전환 가속화 등에 따른 가계의 주거비 부담 증가는 소비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은 제주권 만 소폭 증가했을 뿐 나머지 모든 권역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보고서는 “수출은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기업은 춘래불사춘…기업체감경기 7년만에 최저에 제주빼고 대부분 경기후퇴
입력 2016-02-29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