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8일 테러방지법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 출구를 고심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선거법 처리를 늦추더라도 테러방지법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김종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거법 처리 불가피론을 피력해 확연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 지도부회의 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을 전혀 제거하지 못한 채 선거법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며 "독소조항을 그대로 다 남겨둔 채 (선거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더민주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도 수정이 이뤄질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뒤 "앞으로 필리버스터에서는 수정안의 명분을 국민에게 호소해 수정안 통과가 국민적 감정에 맞다는 결론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강경론을 주도했고, 이춘석 원내 수석부대표는 선거법 처리 불가피론을 내세웠지만 소수 주장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강경론에는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이래 야권 지지층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더민주는 무제한 토론을 계속할 경우 결과적으로 선거법 처리를 막아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민주는 그동안 선거법보다 더 시급한 법안이 없다면서 새누리당의 법안 연계전략을 비난해왔는데, 테러방지법 때문에 선거법 처리에 응하지 않는다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저녁 비공개 비상대책위원 간담회에서는 더민주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29일 선거법 처리에 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비대위원들은 "하루 더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소수당의 한계와 서러움을 얘기하면서 끝낼 때 잘 끝내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김종인 대표도 "잘 알아서 판단하라", "이런 때는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결단하는거지"라고 이 원내대표가 선거법 처리에 나서줄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적 여론이 나쁘지 않고 의원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필리버스터를 당분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비대위원들이 결론을 내기보다는 이 원내대표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다"며 "이 원내대표가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더민주를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11시 기준으로 지금까지 모두 24명이 참여한 6일째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7시6분 김광진 의원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27일 진선미 의원이 토론하던 오후 11시6분에 100시간을 돌파했고, 같은 날 정청래 의원은 11시간39분을 연설해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의 기록 10시간 18분을 사흘 만에 경신했다.
이날 들어서도 이학영(10시간33분), 진선미(9시간16분) 의원을 비롯해 최규성 오제세 박혜자 권은희 홍종학 의원 등이 국회 발언대에 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종인 “선거법은 처리해야” 野 필리버스터 출구 고심
입력 2016-02-29 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