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살생부說 충돌…비박계 “靑이 개입 안한다고 천명해라”

입력 2016-02-28 20:07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이번에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설(說)'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정두언 의원이 김무성 대표 측근으로부터 "김 대표가 40여명이 포함된 현역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게 도화선이 됐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는 곳을 제외한 지역의 예비후보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자격 심사를 앞두고 있어 계파간 갈등 양상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살생부' 명단에는 비박계 의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대거 낙선한다면 정권의 주류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됐다는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당은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게 뻔하다.
이미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진상 조사를 요구함에 따라 암암리에 떠돌던 살생부가 공론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 회견에서 "김 대표는 비서실장을 통해 (해명)한 것밖에 없고, 본인이 직접 해명 한 것은 없다"면서 "그러나 비서실장 해명자료와 정 의원에게서 직접 들은 것은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대표 본인이 살생부 논란에 대한 진위를 밝히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대표의 김학용 비서실장은 27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한 일간지에 보도된 비박 물갈이 요구 기사와 관련해 김 대표는 '그러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는 이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김태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구체적으로 '물갈이' 대상을 적시한 현역 의원 명단을 받았다면 이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측근을 통해 흘러나가고 본인은 모른다고 한다면 사안의 엄중함을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친박 내부를 갈등과 분열로 몰고, 이 위원장의 권위를 손상하려는 자작극"이라면서 "청와대가 배후인 것처럼 조작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요컨대 공관위가 우선·단수추천지역을 선정하고, 친박계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심사 과정의 정당성에 손상을 입힘으로써 김 대표와 가까운 의원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자작극'을 벌였다는 의구심이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은 오히려 청와대라고 반발했다.

한 의원은 "살생부 명단에 내가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도대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황당할 따름이고 청와대가 사실을 밝히고,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비박계 한 의원은 "이미 지역을 단단히 다져놨기 때문에 누가 오더라도 자신 있다"면서 "만일 그러한 살생부가 존재하고 사실이라면 앉아서 그냥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컷오프를 당할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