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심’ 품은 힐러리, 다시 대세로

입력 2016-02-28 19:38
CNN 캡처

힐러리 클린턴이 2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4번째 경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73.5%의 득표율(99% 개표 기준)을 얻어 26.0%에 그친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크게 이겼다. 4차례 경선에서 가장 큰 표차로 승리를 거둔 클린턴 전 장관은 비로소 민주당의 ‘대세론 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세를 몰아 ‘슈퍼 화요일’(3월 1일)에 사실상 승부를 가르겠다는 기세다.

클린턴 전 장관의 압승 요인은 흑인들의 몰표다. CNN의 출구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의 84%가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민주당 유권자 중 60%가 흑인이다.

지난해 6월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저지른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흑인사회는 강력한 총기규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인종차별 해소 등 흑인과 소수계를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클린턴 전 장관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총기규제에 반대하고 백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샌더스 의원에게는 흑인들이 등을 돌렸다. 샌더스 의원은 흑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으나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바의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클린턴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승리가 확정되자 “미국은 늘 위대했다”며 “내일부터 선거운동은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공화당의 선두주자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중산층 임금 인상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 세금도피만을 목적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종업원들을 속이고 고객을 착취하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들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역설했다.

일찌감치 패배를 예감한 샌더스 의원은 이날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떠나 이날 저녁 미네소타에서 집회를 갖는 등 슈퍼 화요일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샌더스 의원은 “선거는 이제 시작이며 우리의 풀뿌리 정치혁명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의 전망도 샌더스에게는 매우 어둡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샌더스가 클린턴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지역은 자신의 고향인 버몬트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샌더스는 버몬트에서 86%의 지지율(PPP 여론조사, 2월 14~16일)로 클린턴(10%)을 압도할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클린턴에 크게 밀린다. 샌더스는 진보성향의 백인들이 많이 사는 매사추세츠에서 우위를 보였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곳마저 클린턴에 뒤진다는 예상이 나왔다.

민주당은 슈퍼 화요일에 앨라배마를 비롯해 13개 지역(해외 부재자 투표 포함)에서 동시에 경선을 진행한다. 슈퍼 화요일에 걸린 대의원은 1015명으로 전체 대의원(4764명)의 20%가 넘는다. 대선후보가 되려면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2383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현재 544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85명에 그친 샌더스 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