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택 마당서 음주운전도 처벌...헌재 합헌 결정

입력 2016-02-28 16:05
아파트 주차장, 개인 주택 마당 등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행위도 처벌토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도로교통법 제2조 26항에 대해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음주운전 행위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처벌하는 게 옳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A씨는 2012년 6월 경주시의 한 정비공업사 안에서 포터 화물차를 약 6m 운전했다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지난 3월 도로교통법 제2조 26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다.

해당 조항은 ‘도로 외의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위헌제청을 낸 법원은 공공의 교통 위험이 없는 주택·공장·창고 등에서의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도로가 아니라면 청소기·기중기 운전과 자동차 운전이 다르지 않는데 자동차 음주운전만 처벌하는 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음주운전 사고를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봤다. 음주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도로가 아닌 곳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고려했다.

헌재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사례가 있다”며 “개인 주택처럼 사적인 공간에서도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운전 처벌을) 일부 장소만으로 한정해서는 교통사고를 강력히 억제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대형화되면서 주차장 등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자동차 음주운전은 다른 기계 기구를 운전하는 것보다 위험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평등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김이수·서기석 재판관은 음주운전 처벌을 도로 외의 곳으로 무제한 확장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김 재판관 등은 “개인 주택 마당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것도 처벌하는 건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의 위험이 없는 사생활에는 경찰권이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통사고 위험성이 큰 곳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기본권을 덜 제약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로 외의 곳’ 중에서도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는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