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국, 포스트휴먼 사회의 공포
입력 2016-02-28 15:31
인간과 컴퓨터 간의 바둑 대결이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공(AI) 컴퓨터 알파고(AlphaGo)가 벌이는 3월의 서울 대국이 유튜브와 TV로 생중계된다고 한다. 우승자에게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고, 알파고가 이기면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세기의 대결’. 세상은 온통 누가 이길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 이면에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이 있다. 인간과 컴퓨터 간의 경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은 인간의 생물학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존재를 지칭한다.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와 로봇, 인간의 육체에 컴퓨터 혹은 기계 장치가 이식된 사이보그(cyborg), 복제인간 등을 말한다.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는 환경 변화를 스스로 감지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경험에 기초해 행동을 배우고, 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다. 대화도 말로 하게 된다. 사람과 똑같은 사회적 행위자가 되는 것이다. 컴퓨터가 얼마든지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트휴먼 사회는 정신을 가진 기계 혹은 컴퓨터가 인간과 똑같은 가치를 갖는 동등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인간이 컴퓨터와 같은 기계론적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신인류로 불리는 포스트휴먼은 궁극적으로 인지과학, 로봇공학, 신경공학, 유전공학과 같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의 능력을 확장, 강화함으로써 불멸을 추구한다.
최첨단 과학 기술이 인간의 몸속에 삽입되고 생활에 밀착되는 시대가 되면 인간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존재를 갈망할 수 있다. 인간의 유한성,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끝없는 욕망이 사람과 다른 존재간의 결합을 통해 영존을 추구할 수 있다.
인간의 뇌에 AI를 탑재하거나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면 뇌가 컴퓨터를 신체의 일부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인간과 기계의 합체가 현실화되면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해체될 수 있다. 인류가 과학기술 만능주의, 영생불멸의 포스트휴먼 주의를 추구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잠시 바둑판에서 눈을 뗄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나 기계도 인간과 똑같은 의미를 갖는 동등한 존재로 볼 수 있을까? 늙지 않고 죽지 않는 포스트휴먼이 가능할까? 성경은 확실한 답을 주고 있다.“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
포스트휴먼 주의는 하나님과 같아지려고 했던 창세기 11장의 바벨탑을 연상시킨다. 생명은 오직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또 증거는 이것이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영생을 주신 것과 이 생명이 그의 아들 안에 있는 그것이니라.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 있고 하나님의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느니라”(요일 5:11~12). 김병철 교수(사이버한국외대·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