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의 ‘차(茶)’ 사랑이 전력 소비가 많은 주전자 생산을 규제하려던 유럽연합(EU)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6월 국민투표에 앞서 영국의 반 EU여론이 거세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럽의회가 환경보호 차원에서 전기주전자와 헤어드라이어, 토스트기 가운데 전력소비가 많은 제품의 생산을 규제하려던 조치를 최소 오는 6월 이후로 연기했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EU 내부 고위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차와 물주전자에 특히 집착하는 영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규제 조치가 미뤄졌다”면서 차를 사랑하는 영국민의 정서가 주요 이유였다고 말했다.
영국인들의 차 사랑은 유명하다. 영국 ‘차 협회’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영국인들이 마시는 차는 하루 1억6500만컵으로 연간 620억 컵에 이른다. 10세 이상 영국인의 70% 정도가 하루 한 컵 이상 차를 마신다. 또 영국서 소비되는 우유 25%는 홍차와 함께 타 마시기 위해 쓰일 정도다.
영국에서는 2014년에도 유럽의회 연구보고서에서 물주전자 등의 전력소비가 많은 제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예상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된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브렉시트 눈치보는 EU, 영국 차(茶 )사랑에 규제까지 ‘양보’
입력 2016-02-28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