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의 베로나 시 당국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에 케밥집이 넘쳐난다”면서 중동 음식 케밥, 그리스 음식 기로스 등의 판매를 제한키로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유명한 베로나의 역사지구에 최근 케밥 음식점 등이 늘어나자 시 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옥수수가루로 만든 이탈리아 전통음식 폴렌타와 오리고기 소스 등으로 유명한 이 도시에서 케밥이나 기로스, 남부 이탈리아의 튀긴 음식 등은 환영받지 못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에 따라 베로나 시에서는 이번 주부터 다른 지역의 ‘민속’ 음식이나 튀긴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의 개업이 금지된 상태다. 플라비오 토시 베로나 시장은 “이번 조치는 우리의 역사와 건축 유물뿐만 아니라 베로나 시만의 전통 문화를 지켜줄 것”이라며 반겼다. 베로나에는 고대 로마 원형극장 등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있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시 당국의 이런 방침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이탈리아의 유산을 지키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수단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탈리아의 무슬림 인구는 현재 16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주 초 이탈리아 고등법원은 모스크 등 종교적인 목적을 가진 건물의 건축을 제한하는 롬바르디아 주의 법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에 케밥집 홍수"…이탈리아 베로나, 타 지역 민속 음식 판매 제한
입력 2016-02-28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