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이 13년을 꼬박 한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야 서울 시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습니다. 또 강남에선 소형아파트의 전셋값이 대형 아파트를 앞질렀습니다.
28일 통계청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평균 5억5129만9000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세금과 연금, 4대 보험 등을 뺀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6만2900원이었는데요. 한 푼도 쓰지 않고 12.9년을 모아야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겨우 마련하는 셈입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걸리는 기간은 전년보다 1년이 늘었습니다. 2014년 12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9892만원으로 11.9년을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는데요. 수도권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3억7337만원으로 8.7년을 모아야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1년 전인 8.2년보다 6개월이 늘었습니다.
전세가 역시 지난해 12월 3억7009만8000원으로 2014년 3억904만6000원보다 증가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억6356만1000원으로 2014년 2억2223만7000원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부동산 거품을 줄여나가야 할 정부의 정책이 결과적으론 실패한 셈입니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보다 1.9% 증가했습니다. 반면 아파트 등을 포함한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3.5%가 상승했습니다. 주택 전세가격은 4.8%가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날수록 소비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높은 아파트 값은 신혼 가정의 출발을 힘들게 만듭니다. 부동산 114는 지난해 말 기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구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1789만원으로 전용 85㎡ 초과 대형 아파트의 3.3㎡ 시세 1793만원을 웃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 일어난 일입니다. 서민들은 실거주를 위한 작은 평수의 아파트마저 구하기 힘들어 허덕이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통계보다도 절망적입니다. 네티즌들은 “13년 모으는 동안 집값이 기다려 줄까” “5억5000만원을 12년동안 모으려면 1년에 4000만원 이상씩 모아야하는데 저축은커녕 연봉 4000도 힘들다” “전 월급 100만원 받아서 월세 살고 있는데 보험료, 우러세, 전기세, 통신비, 보험료 내고 나면 10만원 남아요” “이게 현실이라니 개탄스럽다” “아껴써도 20년은 걸리겠네요. 서민들, 단합해서 소비를 하지 맙시다” “13년 꼬박 모은다고? 일반 직장인들 200만원 버는데 6억이 어디있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집값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겁니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207조를 돌파했고, 그 중 주택담보대출은 608조를 넘어섰습니다. 은행에서 빚을 져야 아파트를 살 수 있고, 아파트 값은 다시 올라 은행에서 빚을 지지 않으면 아파트를 살 수 없는 ‘부동산 악의 고리’가 서민들에게 608조의 빚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아파트 사려면 13년간 한푼도 쓰지 마세요” 무시무시한 현실
입력 2016-02-28 11:17 수정 2016-02-28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