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사내의 분필용 칠판에 쓰인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흑인 민권운동 구호가 누군가에 의해 계속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 이 회사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격노했다고 미국 CNBC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이 회사 임직원들만 열람할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을 통해 사건을 거론하면서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페이스북에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커다란 분필용 칠판이 설치돼 있으면 수시로 아무 글이나 쓸 수 있다.
그는 자신과 다른 고위 간부들이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이미 경고를 내렸다면서 “이런 잘못된 행동에 이미 매우 실망했으나, 이 메시지를 전달한 후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런 행동이 악의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칠판의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는 말은 다른 목숨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흑인 커뮤니티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요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칠판에 무엇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따로 규칙을 정한 바 없으며,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용이 무엇이건, 쓰인 곳이 어디건 글을 훼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페이스북 칠판에는 ‘흑인 목숨이 소중하다'라는 구호가 쓰여지면 얼마 뒤 이 글이 지워지고 대신 ’모든 목숨이 소중하다'라는 반대 구호가 덧칠되는 일이 반복돼왔다.
페이스북 임직원 중 백인은 55%이고 아시아계가 36%이며 라틴계와 흑인은 각각 4%, 2%에 불과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저커버그, 사내 칠판에 흑인 비하 문구 강력 경고
입력 2016-02-28 10:35